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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재할당, 왜 대역마다 다르나…“산정 원칙 따로 세워야”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박사가 1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제107회 학술세미나 ‘AX 시대 주파수 재할당 제도의 개선과제’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국이 주파수 재할당 과정에서 과거 가격 차이를 대부분 없앤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국내 산정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외에선 신규 할당과 구별되는 재할당의 특성을 인정하는 추세인 만큼, 국내에서도 별도의 산정 원칙을 마련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박사는 1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제107회 학술세미나 ‘AX 시대 주파수 재할당 제도의 개선과제’에서 “과거 할당 가격의 차이가 현재 재할당 시점에서도 유효한지, 동일 대역 주파수에 사업자별로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과거 경매가엔 ‘전략적 가치’…해외는 재할당 때 가격차 없애

정부는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때 직전 할당 대가를 주요 기준으로 활용해왔다. 경매를 통해 형성된 낙찰가가 해당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계에선 경매 가격에 주파수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당시 시장 상황과 경쟁 강도, 사업자별 입찰 전략 등이 함께 반영되는 만큼 이를 재할당 대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해왔다.

예컨대 신규 할당 당시 특정 대역을 반드시 확보해야 했던 사업자가 전략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냈다면, 당시 형성된 가격 차이까지 재할당 대가에 계속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실제 해외에선 이 같은 차이를 재할당 과정에서 조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 2.1㎓ 대역은 최초 할당 당시 경매 결과와 신규 사업자 관련 정책 등에 따라 사업자별 취득 가격이 달랐다. 하지만 2022년 재할당에서는 과거 취득 가격이 아닌 당시 주파수 가치를 기준으로 동일한 가격을 적용했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900㎒·1800㎒와 2.1㎓ 대역은 최초 할당 시기와 이용료 체계에 따라 사업자별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재할당에서는 동일 단가를 적용했다. 독일과 폴란드,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도 경매 당시 형성된 가격 차이를 재할당 단계에서는 없앤 것으로 조사됐다.

김 박사는 “법률에서도 가격 경쟁에 관한 규정은 재할당에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대가 산정에는 경쟁적 수요를 바탕으로 형성된 과거 낙찰가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결국 계속 이용이 보장되는 재할당의 특성에 맞는 별도 산정 원칙이 법령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 1.8㎓·2.6㎓ 엇갈린 기준…‘동일·유사 주파수’ 해석이 관건

더욱이 한국에선 대역에 따라 과거 가격 차이를 재할당에 반영하는 방식조차 달랐다.

당장 2021년 1.8㎓ 대역 재할당에선 기존 사업자별 할당 가격이 달랐지만 재할당 대가는 동일하게 적용됐다. 최초 할당 당시 KT는 인접 대역 확보를 통한 LTE 광대역화를 위해 SK텔레콤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반면 올해 재할당 대상인 2.6㎓ 대역에선 과거 사업자별 할당 가격 차이가 재할당 대가에도 반영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서로 다른 시점과 방식으로 해당 주파수를 확보하면서 발생한 가격 차이가 이번 재할당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같은 재할당임에도 대역별로 과거 가격 차이를 다르게 반영하면서 산정 기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문제도 제기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 과거 가격 차이가 유지되고, 어떤 경우에는 조정되는지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최근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반을 꾸렸다. 향후 별도 산정 원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선 결국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지목됐다.

김 박사는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의 성격에 맞게 경매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배제하고, 재할당 시점 이후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5G NSA·DSS 등 세대 간 기술 융합으로 기술 세대 단위의 용도 구분 의미도 약화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방식 중심의 용도 개념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AI 시대에 맞춰 주파수 정책의 무게중심을 세수보다 투자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할당 대가가 과도할 경우 6G와 AI 네트워크 투자를 앞둔 통신 3사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희섭 한림대 교수는 “주파수 확보와 네트워크 투자, 세대 간 전환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적 유인을 부여해야 한다”며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기술 혁신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적극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5G·6G 등 차세대 이동통신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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