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타임: 한류의 물적 기반 사수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 세미나가 9월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정혜승기자]
[디지털데일리 정혜승기자] "붕괴된 내수 위에서는 글로벌 유통 창구가 세워지지 않는다. 내수 재건이 먼저이고, 그 최전선이 드라마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골든타임: 한류의 물적 기반 사수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 세미나에서 K-드라마 제작 기반 붕괴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세미나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했다.
발제를 맡은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K-드라마의 제작비 회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드라마 연간 공개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편 안팎으로 2년 새 30% 줄었다. 감소분은 전부 국내 창구에서 발생했고,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은 유지·확대되고 있다.
구조적 적자도 두드러진다. 회당 제작비는 2018년 5억5000만원에서 2024년 35억원으로 6배 급등했다. 반면 방영권료 비중은 제작비의 40~70%대에서 20~30%로 떨어졌다. 국내외 판매를 다 합쳐도 회수율이 제작비의 75~80%에 그쳐 편당 20%가량 손실을 보는 구조다.
조 교수는 드라마가 한류의 견인차이자 K-소비재·관광 시장의 '광고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 속 라면과 치킨은 K-푸드가 되고, 여주인공의 립스틱은 K-뷰티가 되며, 촬영지는 관광 상품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콘텐츠 수출 1억달러는 소비재 수출 1억8000만달러를 동반한다.
문제는 글로벌 플랫폼 단일 구매자 체제가 굳어지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 경우 장르물만 선별 수용되고 한국의 생활양식을 담은 서사는 탈락하며, 글로벌 플랫폼이 더 저렴한 중국·태국·일본 콘텐츠로 라이브러리를 채우게 된다"고 우려했다. 지식재산(IP) 유출과 역량 공동화까지 겹치면 후속 수익의 결정권마저 넘어간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국내 OTT를 글로벌 플랫폼의 유효 경쟁자로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은 필연적이지만, 이를 위해선 내수 시장 재건이 필수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로컬 시장 규모로 보면 세계 7위라지만 5000만 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다"며 "내수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OTT를 상상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로컬 OTT를 육성해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방법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투자 구조 개선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수익률을 목적으로 하는 모태펀드는 정작 업계가 투자를 필요로 할 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연간 라인업 단위의 패키지 투자나 회수금이 다른 콘텐츠에 재투자되는 순환 투자 방식을 대안으로 들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제작을 위한 직접투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IP 비즈니스와 AI 생태계 구축 방안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에서도 IP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용석 빅픽처미디어 대표는 "이대로 가면 우리 손에 아무런 IP가 남지 않고, IP 없이는 상품화(MD) 같은 부가 수입도 미래도 꿈꿀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드라마의 후방 시장 효과를 짚었다. 권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가니 올리브영 가방을 든 외국인이 보였다"며 "올리브영 화장품을 광고해서가 아니라 드라마나 K팝에서 보고 올리브영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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