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주요 투자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소재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소송에서 패소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연말 또 한 번의 고비를 맞는다. 건물 담보가치에 비해 대출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따지는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이 오는 12월 31일부터 50%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9억2000만유로(약 1조5511억원)인 건물 감정가가 그대로라면 최대 9500만유로(약 1602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추가로 갚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김태훈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연대 대리위원이 작성한 ‘영국 법원 판결 결과가 국내 회계·회생절차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이낸스타워 선순위 대출에는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 기준은 1차연도 55%, 2차연도 52.5%, 이후 50%로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오는 12월 31일에는 건물 가치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대출잔액을 맞춰야 한다.
관건은 파이낸스타워의 건물값이다. 대주단이 선임한 JLL은 파이낸스타워 가치를 9억2000만유로(약 1조5511억원)로 평가했다. 영국 고등법원 상사법원은 지난 8일 이 감정평가가 대출약정상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대주단이 이 평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해 통보한 LTV는 약 61.02%였다.
현재 건물값이 유지된다면 선순위 대출잔액을 9억2000만유로의 50%인 4억6000만유로(약 7756억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
김 대리위원은 공개자료를 토대로 연말 선순위 대출잔액을 약 5억4500만~5억5500만유로(약 9189억~9357억원)로 추정했다. 이대로라면 LTV 50%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약 8500만~9500만유로(약 1433억~1602억원)를 추가로 갚아야 한다. 환산에는 자료에 적용된 유로당 1686원을 사용했다.
대출을 추가로 갚지 않고 기준을 맞추려면 건물값이 그만큼 올라야 한다. 현재 선순위 대출잔액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필요한 파이낸스타워 감정가는 약 10억9000만~11억1000만유로(약 1조8377억~1조8715억원)다. JLL이 평가한 9억2000만유로보다 18~21% 높은 수준이다.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파이낸스타워에는 LTV 약정 위반에 따른 ‘캐시 트랩(Cash Trap)’이 발동돼 있다. 건물에서 임대료가 들어와도 이를 자유롭게 가져오지 못하고 별도 계좌에 쌓아두는 조치다.
영국 법원이 이번 소송에서 현금유보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서 캐시 트랩도 유지된다. 이에 따라 벨기에 현지법인이 임대수익을 국내로 보내 변제나 배당 등에 활용하는 데 제약이 이어질 수 있다.
주주연대 측은 연말까지 LTV 50%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건물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선순위 대출 원금 상환에 우선 사용하거나 담보권 실행 등 추가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대출약정 원문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추가 조치의 발동 요건과 여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소송 패소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진행 중인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사가 지난달 제시한 변제계획은 소송 결과에 따라 상환 일정을 달리 잡았다. 승소할 경우 2027년 3월 이자 상환, 같은 해 6월 원금 상환을 시작하고 패소할 경우 2027년 12월부터 변제를 시작하는 방안이다. 패소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서 변제 일정과 재원 마련 방안도 다시 점검해야 할 상황이다.
선순위 대출 만기는 2027년 12월 31일이다. 현재 수준의 담보가치가 이어지면 연말 LTV 기준뿐 아니라 향후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 대출로 갈아타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건물값이 낮을수록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 조달 여건이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8500만~9500만유로(약 1433억~1602억원)의 추가 상환액은 김 대리위원이 공개된 대출잔액과 정기상환액 등을 토대로 산출한 추정치다. 실제 연말 대출잔액과 약정상 LTV 계산 방식, 평가 기준시점 등에 따라 필요한 상환액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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