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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7로 벌어진 이사회”…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벽 높였다

감사위원 표대결 81.8% 압승…영풍·MBK도 이사 7석 확보해 견제력 확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9일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제53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임시주주총회 최대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선거에서 최 회장 측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데 이어 이사회 내 우호 세력도 기존 9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영풍·MBK 측 역시 이사를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했지만, 당장의 이사회 주도권은 최 회장 측이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제53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 등 3개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승부의 무게추를 최 회장 측으로 기울인 것은 감사위원 선거였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출석 의결권 기준 81.8%의 찬성을 얻어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는 27.9%에 그쳐 부결됐다.

감사위원 선거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됐다. 단순 지분율에서는 영풍·MBK 측이 앞서지만 대주주의 의결권이 크게 제한되면서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의 표심이 승패를 좌우하는 구조였다. 이런 조건에서 백 후보가 80%가 넘는 찬성표를 확보했다는 점은 최 회장 측으로서는 의미가 크다.

이사회 구도도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주총 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 등 14명으로 분류됐다.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은 독립이사 2명과 감사위원 1명 등 3명을 추가했고 영풍·MBK 측은 독립이사 2명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19명으로 확대된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숫자만 보면 최 회장 측은 전체 이사의 약 63%를 확보한 셈이다.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더라도 영풍·MBK 측이 당장 이사회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어려운 구조다. 최 회장 측으로서는 현 경영진이 추진해온 대규모 투자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이사회 기반을 유지하게 됐다.

9월 9일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3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립이사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전체 독립이사는 기존 8명에서 13명으로 늘었고 비율은 57.1%에서 68.4%로 상승했다.

그렇다고 영풍·MBK 측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집중투표로 선임된 독립이사 4석 가운데 2석을 확보했다. 특히 영풍·MBK 측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득표율 25.3%로 1위,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2%로 2위에 올랐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각각 24.6%로 뒤를 이었다.

집중투표에서 영풍·MBK 측 후보가 나란히 득표 1·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이들의 주주 표 결집력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사회 내 추천 인사 역시 5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경영권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지만 투자 의사결정과 내부통제, 이해상충 문제 등을 놓고 현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는 기반은 이전보다 커졌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안도 통과됐다. 실제 의결권 행사 주식 기준 99.9%, 의결권 있는 전체 발행주식 기준 91.5%의 찬성을 얻었다.

이번 주총의 득실은 비교적 선명하다. 최 회장 측은 가장 중요했던 감사위원 자리를 가져가고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면서 경영권 방어선을 강화했다. 반면 영풍·MBK 측은 감사위원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이사를 7명까지 늘리며 이사회 내부의 견제력을 키웠다.

따라서 이번 주총을 경영권 분쟁의 종착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 회장 측이 당장의 이사회 주도권을 더욱 단단히 쥐었지만, 영풍·MBK 측 역시 상당한 지분과 이사회 7석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양측의 싸움은 주총에서의 의결권 대결을 넘어 주요 투자와 내부통제, 경영 현안을 둘러싼 이사회 내 힘겨루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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