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랜드·지정학·메모리 압박 속 AI·로봇·웨어러블 ‘3대 성장축’

카린 샤르동 GFU 홈&컨슈머 일렉트로닉스 GmbH 대표이사가 IFA 개막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베를린(독일)=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중국 브랜드의 해외 확장, 달러 약세 등 환율 변동, 중동 지정학적 충격, 업계 통합과 재편, 메모리 부족’.
2일(현지시간) IFA 매니지먼트가 4일 막을 여는 IFA 2026을 앞두고 개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발표에 나선 카린 샤르동 GFU 홈&컨슈머 일렉트로닉스 GmbH 대표이사는 글로벌 테크·내구재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5대 변수’를 꼽았다.
여러 악재가 동시에 시장을 누르고 있지만 샤르동 대표의 결론은 비관론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시장은 소비심리가 보여주는 것보다 강하다”며 “어려운 거시·미시경제 환경에서도 견조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수 둔화에 따라 중국 브랜드의 해외 공략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는 점부터 분석했다. 정부의 구매 인센티브 효과가 약화되면서 중국 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샤르동 대표는 중국 브랜드의 국제 시장 점유율이 12.1%에서 14.6%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환율도 시장을 흔드는 요인이다. 달러 약세로 달러 기준 매출 성장률이 실제 시장 상황보다 크게 보일 수 있고, 환율 변동이 유통업체의 마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은 물류 병목과 운송·에너지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정학적 충격에 대응하는 역량이 기업의 생존 조건으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업계 재편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샤르동 대표는 JD닷컴의 CECONOMY 지분 인수 추진과 일본 기업과 중국 브랜드 간 협력 등을 사례로 들며 유통과 제조 양쪽에서 고강도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는 메모리 부족을 꼽았다. B2B AI 시장 성장과 하이퍼스케일러의 막대한 메모리 수요가 글로벌 반도체 생산능력을 흡수하면서 소비자 제품의 공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비용 상승이 최종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며 게임·콘솔 시장 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시장 자체는 코로나19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GFU와 NIQ 자료에 따르면 북미와 러시아를 제외한 올해 상반기 글로벌 테크·내구재 시장 매출은 430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다만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 현지통화 기준으로 보면 실제 성장률은 2.4%다. 겉으로 드러난 6%의 높은 성장률보다 완만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시장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샤르동 대표의 판단이다.
지역별 성장세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중국은 5% 감소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 아시아 시장은 12% 성장했다. 특히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AI 기술과 하드웨어 부품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은 15% 성장했고, 선진 아시아와 중남미도 각각 6% 증가했다. 동유럽은 1% 성장했다. 반면 서유럽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의존도, 구매력 약화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지탱하는 힘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가 이전보다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서 시장이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카린 샤르동 GFU 홈&컨슈머 일렉트로닉스 GmbH 대표이사 [사진=옥송이기자]
샤르동 대표는 “현재 성장은 소비 수요 증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판매량은 여전히 압박받고 있지만 프리미엄과 혁신 제품의 성공이 매출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구매 횟수는 줄이면서도 제품을 살 때는 성능과 기능, 편의성 등 분명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신 제품은 판매량이 5% 줄었지만 매출액은 4% 증가했다. 소형가전은 판매량이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매출은 5% 늘었다.
큰 지출에는 신중해진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으면서 일상에서 편익을 제공하는 ‘합리적 프리미엄(affordable premium)’ 제품에는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별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주방 가구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독립형 ‘스페이스핏’ 냉장고의 판매는 24% 증가했다. 스팀 기능을 갖춘 세탁기는 17% 성장해 전체 세탁기 시장 성장률인 3%를 크게 웃돌았다.
커피 시장에서는 포터필터 방식 에스프레소 머신이 21% 성장했다. 전체 온음료 제조기 시장의 성장률은 8%였다. 로봇청소기는 80% 증가해 전체 청소기 시장을 크게 앞섰다.
PC에서는 로컬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PC 판매가 18% 늘며 시장 회복을 이끌었다. TV 역시 ‘거거익선’ 흐름이 이어져 75형 이상 대형 TV가 14% 성장했다. 샤르동 대표는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향후 시장을 움직일 세 가지 성장축으로 AI와 일상생활을 돕는 로봇, 웨어러블을 꼽았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 스마트 글래스 등 웨어러블은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일상적인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결국 어려운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조건은 명확하다는 것이 샤르동 대표의 결론이다. 그는 “성장은 성능과 디자인, 효율, 편의성 또는 생태계 측면에서 분명한 프리미엄 가치를 보여주는 제품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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