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으로 진보 만들어지지 않아”…직접 경험 통한 ‘이해’ 강조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CEO가 개막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베를린(독일)=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우리는 이례적인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투자는 이미 맨해튼 프로젝트와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 비용을 합친 수준을 넘어섰죠.”
IFA 2026 개막을 앞둔 2일(현지시간).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개막 기자회견 무대에 섰다. 그는 현재를 ‘이례적인 순간’으로 규정하고, 미래는 더 이상 ‘지평선 너머’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올해 IFA의 슬로건은 ‘미래는 지금(The Future is Now)’. 린트너 CEO는 이를 단순한 구호가 아닌 기술 변화의 속도와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번 주 IFA에서 보게 될 많은 기술은 공상과학에나 등장할 법한 것이었다”며 AI와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을 예로 들었다. 이제 이들이 현실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에게 기대와 흥분, 동시에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AI 등을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강력한 도구로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술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인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자동화 불안(automation anxiety)’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린트너 CEO는 “두 반응 모두 합리적”이라며 “두 반응 모두 결국 같은 하나의 사실을 가리킨다.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은 AI 낙관론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 세계 AI 투자가 맨해튼 프로젝트와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 비용을 합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설명하는 한편, 올해 글로벌 AI 지출이 2조5000억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소개했다.
하지만 린트너 CEO가 투자 규모보다 더 강조한 것은 변화가 전개되는 속도였다. 과거 신기술의 영향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까지 수년, 때로는 한 세대가 걸렸다면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수십 년이 아니라 몇 달 단위로 진화하고 있다”며 “거의 매주 새로운 역량과 모델이 등장하고 있으며, 산업 전체가 실시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앞으로의 변화가 산업혁명보다 ‘10배 크고 10배 빠를 수 있다’고 내다본 점도 인용했다. 린트너 CEO는 전망의 수치가 정확히 맞는지와 관계없이 “우리가 새로운 기술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가 이처럼 기술의 속도를 강조한 것은 IFA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린트너 CEO는 라디오와 TV, 개인용컴퓨터(PC)에 이어 AI와 로봇까지 지난 100여년 동안 IFA가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직접 만나는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라디오와 TV가 확산할 때와 달리 AI와 로봇은 사회가 적응할 수 있도록 수십 년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에는 사회가 기술 변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 기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기술만으로 진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해가 진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인류가 이전에 갖지 못했던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례도 들었다. AI를 활용한 폐질환 신약 개발과 스마트폰을 통한 농작물 질병 진단, AI가 짧은 시간 안에 220만개의 잠재적 신소재 후보를 식별한 사례 등이다.
동시에 AI 발전을 둘러싼 사회적 반발에도 주목했다. AI를 다룬 대학 졸업식 연설에 일부 학생들이 야유를 보내고,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전력망과 물 사용량, 시설 규모 등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이 나타나는 상황을 소개했다.

라이프 린트너 IFA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린트너 CEO는 이를 사람들이 기술 변화에 대한 ‘방향’과 ‘발언권’을 원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것과 함께 기술을 이해할 기회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의 민주화는 이해의 민주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사람들이 기술을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특히 강조한 분야는 AI와 로봇이다. 린트너 CEO는 AI가 처음에는 창작을 배우고, 이어 추론을 익힌 뒤 사람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행동’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능이 화면을 벗어나 현실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언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움직이는 방식과 손이 컵을 잡는 과정, 공간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 등 물리 세계의 작동 원리를 학습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이 차세대 로봇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린트너 CEO는 “머지않아 AI 기반 로봇이 현관에서 우리를 맞고, 주방에서 우리를 도우며 고령화 사회의 돌봄까지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FA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자율 로봇이 축구 경기를 벌이는 ‘로보컵’과 휴머노이드·엔터테인먼트 로봇이 무대에 오르는 ‘로봇런웨이’ 등을 마련했다.
그는 “겉으로는 엔터테인먼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와 자율적 의사결정에 관한 최첨단 연구”라고 설명했다.
AI가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동시에 ‘작아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AI 모델이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 등 기기 자체에서 작동하는 엣지 AI다.
린트너 CEO는 엣지 AI가 새로운 ‘하드웨어 슈퍼사이클’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AI가 저렴해지고 물리 세계로 확산하면서 센서와 웨어러블, 가전, 로봇을 비롯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기의 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이 온라인과 디지털 중심으로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직접 경험하는 행사의 가치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린트너 CEO의 판단이다.
그는 “신뢰는 다운로드할 수 없다”며 “신뢰는 직접 시험하고, 교류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린트너 CEO는 본 발표에 앞서 IFA가 다른 기술 전시회와 어떻게 다른지를 묻는 질문에 영화에 빗대 답했다.
그는 “다른 전시회가 예고편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IFA에서는 본편(full movie)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와 업계 관계자, 미디어,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기술을 ‘360도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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