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 AI 예산은 9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4.3% 늘었다. GPU·데이터 등 공통 인프라 확충에 더해 프런티어AI, 모두의AI, 피지컬AI 등 굵직한 정책도 동시에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얼마를 확보했느냐’에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로 옮겨간다. <디지털데일리>는 전문가와 정부·업계관계자를 통해 내년도 예산 편성 배경을 분석하고 숫자 속에 담긴 정부 정책 향방을 전망해본다.<편집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28일 SK텔레콤과 카카오, KT가 정부의 전 국민 인공지능(AI) 서비스 구축 사업인 ‘모두의AI’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진=각사 로고]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2027년 인공지능(AI) 예산을 뜯어보면 정부 투자 우선순위는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최상위 AI 모델 경쟁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데 먼저 힘을 싣고 이를 실제 산업에 적용해 생산성과 매출로 연결하는 AI전환(AX) 확산·사업화는 상대적으로 뒤에 배치된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편성한 내년도 AI 예산 9조4000억원 가운데 ‘최상위 AI모델·기술 확보’에는 5조5937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GPU 확충 예산만 3조8500억원이며 프런티어급 AI 데이터 경쟁력 강화 사업에도 8000억원이 편성됐다. 올해 300억원이었던 데이터 예산은 1년 만에 26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AI를 실제 서비스와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AI 서비스·활용’ 예산은 올해 1조2067억원에서 내년 1조8611억원으로 54.2% 증가했다. 적지 않은 증가폭이지만 모델·컴퓨팅 자원 확보에 투입되는 재정과 비교하면 규모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모델 다음은 ‘AX 경쟁’인데…“지역·산업 예산 아쉽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경·서남·전북·동남 등 4대 권역 AX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1770억원에서 내년 3345억원으로 89%가량 증가한다. 대경은 바이오·로봇, 서남은 모빌리티·에너지, 전북은 AI 공장 플랫폼, 동남은 정밀제조를 중심으로 지역별 산업 특화 AX를 추진한다.
다만 산업별로 뜯어보면 아직 초기 사업 규모에 머무는 예산도 적지 않다. ‘AI 통합 이동형 병원 진단지원 고도화·실증’에는 35억원이 신규 편성됐고 ‘이차전지 특화 역설계 AI 에이전트 구축’에는 67억원이 들어간다. ‘AI 융합 지능형 농업 생태계 구축’은 올해와 동일한 42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경쟁 초점이 범용 모델 자체의 성능을 넘어 실제 산업에 AI를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AX 관련 투자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AI 기업 대표는 “글로벌 경쟁은 이미 단순한 모델 경쟁에서 모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AX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제 AI가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만큼 지역·산업 AX 쪽 예산이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AX 예산을 과기정통부 규모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제조 AX와 중소기업 AI 도입 사업을 별도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는 모델·GPU·데이터 사업과 산업통상부의 제조 AX, 중기부의 중소기업 AX 등이 별개 사업으로 움직일 경우 투입 예산을 늘리고도 사업 간 연결이나 확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GPU와 데이터라는 ‘AI를 만드는 기반’에 쏠린 대규모 투자가 실제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매출, 수출로 연결되려면 향후 AX·사업화 정책과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정책 전문가는 “산업 AX 정책은 돈이 부족하다기보다 여러 부처와 지역에 예산이 흩어져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며 “모델·GPU·데이터, 산업부의 제조 AX, 중기부의 중소기업 AX 등을 범정부 차원 포트폴리오로 연결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공통 데이터·모델·컴퓨팅 기반을 두고 지역은 산업 수요와 현장 실증에 특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두의AI’ 2500억원 어디로…업계는 ‘운영관리비’ 촉각
AI 활용 예산 가운데 업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사업은 신규 편성된 ‘모두의AI’다. 정부는 내년 2500억원을 투입해 모든 국민이 국산 AI 모델 기반 범용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플랫폼 위에 각종 특화 서비스를 탑재하고 개인별 AI 에이전트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밝힌 2500억원의 가장 큰 용처 중 하나는 GPU 임차다. 과기정통부는 B200 기준 약 2000장을 빌릴 수 있는 규모로 산출했으며 이를 통해 일 사용자 기준 약 1000만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규모에 따라 이용 가능 인원은 달라질 수 있고 필요할 경우 기업 매칭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 참여 기업들의 관심은 2500억원이라는 총액보다 ‘GPU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서비스 운영에 얼마나 지원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이들은 단순히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운영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트래픽 관리 모델 및 서비스 고도화, 데이터 사후 학습 등 다양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도 자부담금을 지는 만큼 모든 비용을 정부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운영 관리 측면의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500억원에는 GPU 임차뿐 아니라 서비스 개발·관리·유지·고도화에 필요한 비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각 항목에 얼마씩 배분할지는 최종 예산안이 확정된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모두의AI 참여기업 관계자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GPU 임차비용 외에 운영이나 확산에 얼마가 배정될지가 중요하다”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많이 들어오면 그에 따라 운영 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모두의AI는 단순 모델 개발 사업과 달리 선정된 컨소시엄 안에서도 통신사와 AI 모델 기업, 서비스 사업자 등 다수 기업이 역할을 나눠야 한다. 비용 또한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나눠 사용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부 사업비 배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AI 업계 관계자는 “대략적으로 자체 추산해보니 B200 2000장을 12개월 임차하는 데 약 16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순 계산하면 남는 예산은 약 900억원이고 이를 3개 컨소시엄으로 나누면 컨소시엄당 300억원 정도가 배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컨소시엄에 참여한 여러 사업자가 다시 나눠야 하기 때문에 실제 개별 서비스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개발·관리·유지·고도화 비용)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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