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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는 하고, 서비스는 못 팔고”…통신사 규제비용에 연 1조원 부담

AI·6G 투자 하려면 망 중립성·AIDC 지원체계 등 재검토 필요

이경원 동국대 교수가 9월2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네트워크 사업자의 편익이 다시 네트워크와 AI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2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AI 시대 네트워크 정책은 단순히 요금을 낮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AI 시대에 맞춰 기존 통신정책을 재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6G 시대 네트워크가 단순 연결 수단을 넘어 AI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는 가운데, 네트워크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규제·지원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 AI 인프라 중요성 커지는데…통신사 CAPEX는 감소

AI 시대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투자 주체인 통신사의 설비투자비용(CAPEX)은 감소하는 추세다. 5G 투자 이후 뚜렷한 신규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서 추가 투자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 2분기 SK텔레콤과 KT의 CAPEX는 전년 대비 각각 23.3%, 70.1% 감소했다. LG유플러스만 21.5% 증가했는데, 올 하반기 5G 단독모드(SA) 전환 등에 따른 영향으로 알려졌다.

투자 재원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비용 구조도 문제로 지목됐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주파수 할당대가 연간 약 8000억원, 전파사용료 약 2000억원, 무선국 검사 수수료와 면허세가 각각 약 400억원 수준이다.

특히 6G 상용화를 앞두고 AI 네트워크 투자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주파수 재할당 대가 등이 과도하게 부과될 경우 개별 통신사의 부담을 넘어 국가 AI 인프라 투자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EU는 지난해 발간한 ‘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에서 낮은 통신요금이 이용자 편익에는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신업계의 수익성과 신기술 투자 여력을 떨어뜨렸다고 진단했다.

◆ “요금 낮추기만 해선 안돼”…망 품질 차등화 논의 필요

통신사의 투자 여력을 높이려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망 중립성 원칙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이용자나 서비스에 따라 망 품질을 차별화하는 데 제약이 있지만, AI·5G SA 시대에는 서비스마다 요구하는 속도와 지연시간이 달라 차등화된 상품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서 서로 다른 서비스품질(QoS) 수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도 2023년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이용자 수요에 따른 품질 차등형 상품을 허용했다.

이 교수는 “주요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품질 수준과 이용 시간·장소 등을 선택하는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네트워크 품질 차등화를 전면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이분법적 접근보다 실증과 사후 검증을 결합해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AI 시대 추가 투자의 투자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규제 완화가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AI 데이터센터도 ‘누가 지었나’보다 ‘어디에 쓰이나’ 봐야

한편 통신사업자들의 AI 투자가 네트워크 고도화에서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지원 정책이 실제 투자 유인으로 작동하려면 대상과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지원 기준을 단순 투자 규모가 아니라 국내 산업 기여도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핵심 장비와 AI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투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전력과 부지만 제공하고 GPU와 AI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투자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며 “세제 혜택 역시 단순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국내 AI 산업에 대한 실질적 기여도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내년 시행을 앞둔 AI 데이터센터 관련 특별법도 하위 규정 설계가 관건으로 꼽혔다. 특례 적용 범위와 인허가 단축, 전력망 영향평가 면제 기준, 기반시설 지원 수준에 따라 실제 투자 유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모 교수는 “법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실제 성패는 시행령의 디테일에 달려 있다”며 “특례 적용 범위와 인허가 단축, 전력망 영향평가 면제 기준, 기반시설 지원 수준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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