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8월 27일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현재 35%에서 50%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이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정원의 절반 이상은 지방대학 출신으로 채워야 한다. 2014년 제정된 지방대육성법의 취지는 지방대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 발전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정책의 공정성이나 형평성, 과잉 지원 등의 문제가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에 대한 지원이나 혜택의 확대 정도가 심해지면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은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쉽다.
2019년 말 완료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153곳이 혁신도시와 세종시를 중심으로 옮겨 갔다.
이어 올해 안에 350여개 안팎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이전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농협은 공공기관이 아닌데도 지방 이전 얘기가 나돌고 있어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나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모르지만 잔류 제로를 원칙으로 이전계획 로드맵을 짜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로드맵은 10~11월에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취업하기 쉽지 않은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다. 무려 350곳 안팎에 이르는 꿈의 직장이 서울 등 수도권에는 거의 남지 않고 비수도권으로 옮겨갈 예정인 상황에서 50%까지 지방대 출신으로 채워야 한다는 입법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전액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전 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지방대 살리기에 전력 질주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차원에서 예산을 집중 지원할 거점 국립대 3곳도 곧 발표할 예정이어서 지방 사립대 반발은 더 커질 기세다.
지방 국립대와 지방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형평성이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여지는 커지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정부 복안대로 완료된다면 수도권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는 지금보다 훨씬 어렵게 된다.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있으면 지방대 출신 35% 할당이 없지만 지방으로 이전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모든 공공기관이 신입사원을 35% 이상, 혹은 법 개정 여부에 따라 50% 이상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한 지방 소멸 방지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대 출신을 일정 범위 내에서 우대하는 것은 사익 침해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가게 할 유인책도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 초·중·고를 나온 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지역 인재에서 배제하는 것은 온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지방 출신 청년들은 성장 과정으로 볼 때 수도권에 인맥이나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이전 시기다.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고향으로 내려 간다.
지방대 육성이라는 협소한 시각 보다는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넓은 안목에서 공공기관 지방대 의무채용제를 운영해야 한다. 단순히 의무채용 비율을 높이기 보다 능력주의 채용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지방대 출신이라도 합격 하한선을 정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는 의무채용 비율을 채우지 않아도 되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국가의 정책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직원들의 능력이나 전문성은 곧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공공기관 채용을 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구분없이 블라인드 채용을 한 뒤 지방대 출신은 가점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수도권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뒤 지방대를 간 사람에 비해서는 지방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고향이나 지방에 대한 애착이 강할 것이다. 지방 정서 이해도도 서울에서 고교까지 다닌 사람에 비해 훨씬 높다고 본다.
수도권 대학을 나온 청년들은 출신 지역과는 상관없이 대학이 어디에 있느냐를 잣대로 해서 혜택 대상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옹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오히려 지방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내더라도 비수도권에서 4년 간 대학 생활을 하면 시야가 더 넓어질 수도 있다. 공공기관은 기후 변화나 저출산·고령화 등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 등에서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정부 구상대로 마무리되면 1차까지 포함해 500개 안팎 공공기관들이 비수도권에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
수도권에는 극소수만 남는다고 가정할 때 수도권 대학 출신 청년들의 공공기관 취업의 문은 지금보다 훨씬 좁아지게 된다.
지방대 육성과 지역 발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취업 기회 축소라는 사익에 비해 더 커야 한다. 과잉금지 원칙이나 법익(法益)의 균형성 등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 지방대 의무채용 비율을 확대하는 것 보다는 제도를 폭넓게 적용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경쟁력 제고에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 시행 이후 지역 거점 국립대 출신이 지역인재 합격자의 70~80%를 차지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의무채용 비율 확대는 공공기관 파벌화를 조장하고 다양성을 해치는 역효과가 생길 여기가 있다. 수도권 대학과의 역차별, 지방대학 간 양극화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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