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27일(현지시각) '게임스컴 2026' 현장. '레트로&패밀리' 구역에서 방문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학범기자]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할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오래된 게임기 앞에 섰다. 할아버지가 익숙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조작법을 알려주자 아이도 자연스럽게 컨트롤러를 잡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개막한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6' 전시장 10.2홀의 '레트로·패밀리' 구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최신 대작을 먼저 체험하려는 긴 대기줄과 화려한 대형 부스가 이어지는 게임스컴 한편에서 이곳은 게임을 매개로 여러 세대가 한 공간에 머무는 또 다른 게임쇼의 모습을 보여줬다.
레트로·패밀리 구역은 모든 연령대가 모여 새로운 기술과 과거의 기술을 놀이를 통해 발견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고전 게임 전시를 넘어 게임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8월27일(현지시각) '게임스컴 2026' 현장. 방문객들이 '레트로&패밀리' 구역에서 고전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학범기자]
먼저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거나 여러 시대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체험대가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빠르게 다음 부스로 이동하기보다 자리에 앉아 게임을 플레이하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신 게임의 그래픽이나 성능을 비교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의 게임을 직접 만져보는 데 무게가 실렸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공간을 이용하는 연령대의 폭이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부터 머리가 희끗한 관람객까지 자연스럽게 같은 게임기 앞에 앉았다. 아이들에게는 처음 보는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익숙하게 즐겼던 작품이었다.
특히 할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여러 체험대를 돌며 자신이 즐겼던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은 해당 공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최신작에서는 아이가 부모보다 먼저 게임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래된 게임 앞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어른이 먼저 컨트롤러를 잡아 방법을 보여주고 아이가 이를 따라 한다. 게임이 세대 사이의 공통 화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8월27일(현지시각) '게임스컴 2026' 현장. 어린 방문객들이 '레트로&패밀리' 구역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학범기자]
레트로 게임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쪽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참여할 수 있는 놀이형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화면 앞에 앉아 조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고 과제를 수행하도록 구성돼 어린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들은 바로 옆에서 아이들의 체험을 지켜보거나 함께 프로그램을 따라다녔다.
가족이 게임을 함께 즐기는 데 필요한 정보도 한 공간에 담았다. 독일 게임물등급심의기관(USK)은 10.2홀에 별도 부스를 마련해 게임 연령등급과 청소년 보호에 대한 상담을 제공했다. 안전한 채팅·확률형 아이템·게임 내 결제 등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 과정에서 확인할 요소도 안내한다.

지난 8월27일 '게임스컴 2026' 현장. '레트로&패밀리' 구역에 위치한 독일 교통 안전 협회 자전거 주행 안전 시뮬레이터 체험. [사진=이학범기자]
게임스컴은 행사 전반에서도 연령에 따른 관람·체험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입장하도록 하고, 연령 제한이 있는 게임은 별도 표시와 손목띠 등을 통해 체험을 관리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단순히 관람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레트로·패밀리 구역이 보여준 것은 게임의 역사가 길어진 만큼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세대도 함께 넓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부모가 어린 시절 즐긴 게임을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고 할아버지가 손주와 같은 화면을 바라보며 컨트롤러를 주고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지난 8월27일(현지시각) '게임스컴 2026' 현장. '패밀리 게이밍 룸'에서 방문객이 아이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학범기자]
게임스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여전히 앞으로 출시될 신작이다. 그러나 게임쇼를 채우는 사람이 신작을 기다리는 이용자만일 필요는 없다. 아이가 처음 게임을 만나는 공간과 어른이 자신의 추억을 꺼내놓는 공간이 한 전시장에 함께 있을 수 있다. 레트로·패밀리 구역은 게임을 특정 세대의 취미가 아닌 여러 세대가 함께 이어가는 문화로 보여주는 게임스컴의 또 다른 얼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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