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란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 (사진 = 연합뉴스)
'장윤기 사건'에 이어 제주에서 장미란씨 실종 허위 종결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경찰에 맡겨도 되는 것인 지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오는 10월 2일부터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기소 분리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완전히 없어진다.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피해자 보호 중심의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의는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경찰개혁추진단을 꾸리는 등 뒤늦게 경찰 개혁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번 사건은 담당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실종 사건 수사 절차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피해자가 소재지를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신고자에게 거짓으로 말하는가 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교통사고 사망으로 허위 입력하는 방식으로 실종 사건에서 제외해 버렸다.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질렀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이 최근 3년 간 종결된 실종 사건 31만 건을 전수 조사한다는 데 형식에 그치지 않고 허위 종결로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 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
장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사건은 실종 사건 처리 시스템과 절차, 내부 통제 등에 허점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실종팀장, 형사 과장 등 경찰 내부 지휘 라인이 있는데 아무런 협의 과정 없이 단독으로 실종 사건 관리 대상에서 빼버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장씨가 머물렀던 숙소에서 불과 10분도 안 되는 야자수 농장 등을 초기에 수색하지도 않았다. 상·하 간 권위주의적 문화가 강한 경찰 조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경찰은 시민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공권력이다. 민중의 지팡이에 비유되는 이유다. 그런데 시급성이 요구되는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권한을 오·남용하고 적극적으로 사건 처리에 나서지 않고 덮고 말았다. 경찰에겐 치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담당자 한 사람의 판단으로 실종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은 경찰 내부 통제 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경찰 개혁을 넘어 경찰의 수사 종결권에 대한 사법적인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10월 2일부터는 경찰의 부실 수사나 사건 은폐 등이 발생해도 외부 견제로 이를 바로 잡기는 어려워 진다.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 의심스러울 때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지고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기에 한계가 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에 의지를 갖고 재수사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수사를 잘못했음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경찰개혁추진단은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제대로 통제해 각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국민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나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역량을 키우는 것은 기본이다.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특별사법경찰 등 수사를 여러 기관에서 맡게 되는 만큼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 영역 경계도 불분명해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부터 구획 정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보완할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가경찰위원회가 있지만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경찰이 독점 수사권을 갖게 되는 만큼 수사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7대 범죄에 한해 전건송치(全件送致)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은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부실하게 수사를 종결할 수 없도록 교차 검증을 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건을 종결하게 되면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를 할만한 사건도 경찰 선에서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경찰의 직무 유기나 수사 조작 등을 법률에 정해 검사가 제한된 범죄에 한해 보완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나 장윤기 사건 등에서 봤듯이 경찰의 내부 통제 능력은 믿기 힘들다. 경찰 수사만으로는 안 되고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법조계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경찰개혁추진단은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 누가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검사 수사권 폐지로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률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사건 처리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경찰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진실 규명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보호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관 재편 등 사법 제도의 대전환기를 앞두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수사·기소 분리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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