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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부터 솔선수범해서 세종으로 옮겨야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 없는 1차 이전 시행착오 반복해선 안 된다

8월 1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연 '졸속적인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석구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 발표를 앞두고 지자체들은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국책은행 등 금융 관련 기관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월 초 금융기관 총파업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19년 마무리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153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했지만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공공기관 이전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마저 생기는 등 1차 이전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2차 이전은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세밀한 준비와 분석 작업을 거친 이후 이뤄져야 한다. 서둘러 강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안 공개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무회의에서는 금융위원회 등 지방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기본계획과 한국전력 자회사인 발전 5사의 통폐합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겠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뤄진 1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이전 초기 단계인 2015년에는 8만 5000여명의 인구가 지방으로 유입됐지만 2018년 이후에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다시 시작됐다. 2020년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가 11만 6000여명이나 됐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이뤄진 자발적 퇴직자도 2013년 2766명에서 2015명에는 3143명으로 2년 사이 13.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육아, 자녀 교육, 출퇴근 등의 문제로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을 퇴사하면서 핵심 인력 유출 문제까지 생겨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 누적 퇴직자는 481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37.4%는 20~40대였다고 한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54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지방 이전설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검사 등 실무 인력 이탈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은 1차의 2배를 웃도는 350여 곳에 이른다. 이들 기관을 한꺼번에 지방으로 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모두 이전한다고 가정하면 이주 인원은 15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

1차 이전의 예를 보면 초기 단계에서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 이동이 집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 과정을 거친 이후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 이동이 이뤄졌다.

교육, 교통, 의료시설, 주택, 문화 시설 등 가장 중요한 정주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옮겨 놓고 보자는 식의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지역 불균형 해소, 지역 인재 채용 활성화, 지방세 수입 증대 등의 공공기관 이전 명분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를 분석한 각종 연구 자료에 따르면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이 늘어난 곳은 충북이 유일했다. 수도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수도권으로 인구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19~34세)은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 간 순유입이 이어졌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이동이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과 교육이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균형 발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금요일만 되면 서울행 기차를 타려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줄을 서는 풍경은 계속 된다.

2차 공공기관은 1차 이전 때처럼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더욱이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정치적인 계산으로 분산 배치해서는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기업이나 연구기관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경제 주체나 경제 활동이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발생하는 집적 효과 또는 집중 효과가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서는 비수도권의 광역 대도시 중심으로 투자와 인프라를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서울 잔류 제로'를 강조하면서 속도전만 신경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기대 효과와 부작용을 냉철하게 분석한 뒤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되면 이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금융회사를 비롯해 수도권에 있는 것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준다면 굳이 지방으로 이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공기관들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기 이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 본관부터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대다수 중앙행정기관들이 세종에 있기 때문에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도 우선 순위가 될 수 있다.

행정부 공직자들이 세종에서 여의도로 오가면서 발생하는 행정 비용과 시간 낭비 등 비효율성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힘없는 공기업을 전국으로 분산해 이전하려하지 말고, 힘있는 국회 본관부터 옮려라. 그러면 공기업 직원들의 반발도 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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