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지도 모른다."
최근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사이버보안 특화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을 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SK와 네이버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이른바 '공공사업 단골'이라 불리는 보안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시장 전반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참신한 시도와 혁신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업에 최종 선정되더라도 임대 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한정된 예산 탓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빌려주는 수준에 그치고 실질적인 기술 자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이 4월 공개한 '미토스'급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지원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계가 있다고 해서 시도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 AI가 알려지지 않은(제로데이) 취약점을 실시간 발굴하고 공격 코드를 자동 생성하는 AI 공포가 시작된 지 넉 달이 지났고 기존 규칙 기반 방어 체계는 한계에 도달했다. 국가 배후 해커가 기관과 기업 시스템에 수개월간 잠복해 공격을 시도했다는 소식은 쉼없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고, 한국만의 특화 방어막이 필요하다는 외침에 영혼을 불어넣을 때가 왔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이미 민관 협력을 통해 자국 중심 AI 보안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해외 선도국 정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AI 기반 사이버전에서 해외 기술 의존은 장기적으로 안보 공백을 부를 수 있다. 국가안보실이 올해 고위험 AI에 대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해온 것도 이러한 위기감이 현실이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업은 한계를 안고 있더라도 한국형 AI 보안 모델, 이른바 'K-미토스'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라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거대 모델을 만들 수는 없다. 컴퓨팅 자원 지원으로 물꼬를 트고 현장 실증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면 이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특화 모델을 다듬을 수 있다.
정부와 참여 기업도 이번 공모를 단순 인프라 배분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실제 위협에 대응할 특화 모델로 발전하도록 중심을 잡고 참여 범위를 넓혀 기술 다양성을 살릴 후속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비록 작은 잔치로 출발하더라도, 보안 주권을 다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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