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와 영화업계가 극장 개봉작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까지 ‘홀드백(방영 유예기간)’을 기본 150일로 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작품별 특성을 고려한 예외조건을 두기로 한 가운데,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사업자 참여 여부를 둘러싼 막판 조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제작·투자배급·상영·TVOD·SVOD 업계가 참여하는 ‘한국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는 최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홀드백 자율이행협약을 논의했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케이블TV·IPTV·OTT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기까지 두는 기간이다. 일정 기간 영화를 극장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해 관객의 극장 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다.
이날 협의체는 극장 개봉일부터 OTT 공개까지 150일을 기본 홀드백으로 두되, 작품별 특성에 따라 이를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예외조건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간 거론된 120~180일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홀드백이 150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의의 무게중심은 ‘예외조건’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홀드백이 길어질수록 극장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반면 제작·배급사는 후속 판권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TVOD·OTT 역시 콘텐츠 수급 시점에 제약을 받는 만큼 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사업자와 작품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흥행 규모가 작은 작품까지 일률적으로 150일의 홀드백을 적용할 경우 화제성과 상품 가치가 높은 시기에 후속 유통할 기회를 놓쳐 오히려 작품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어떤 작품을 예외 대상으로 인정하고 홀드백을 어느 수준까지 단축할 수 있도록 할지가 남은 협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홀드백 확대가 실제 극장과 TVOD 등 기존 유통 플랫폼의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문체부는 영화산업의 상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별도의 진흥·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OTT로 이동한 상황에서 유통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 소비자를 다시 극장과 TVOD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자율이행협약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변수다. 법률로 모든 사업자에 홀드백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일부 사업자가 협약에 참여하지 않거나 향후 이탈할 경우 이를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홀드백 확대를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OTT 사업자들이 얼마나 참여할지가 협약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업계 의견을 수렴해온 데다 이번 논의가 국내 영화산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만큼 가능한 모든 사업자가 협약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와 영진위는 구체적인 예외조건 등을 놓고 각 사업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추가 의견을 수렴하고 쟁점을 조정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오는 24일 주에 협의체 회의를 열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고, 당일 자율이행협약까지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소비자단체들은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홀드백 확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새로운 유통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칫 산업의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당초 취지는 달성하지 못한 채 소비자가 원하는 플랫폼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점만 늦춰 선택권과 편익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중심에 둔 영화산업 대책과 구조적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컨슈머워치 역시 “산업을 살리는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은 소비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꺼이 선택할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업자의 자율적 선택과 플랫폼 간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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