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스토리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최고안전책임자(CS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기업의 'C레벨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업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영입 배경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C레벨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김주일 래티브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래티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라스트마일 물류기업 래티브가 자체 개발한 운영 솔루션 ‘래티브온(Ractive ON)’을 앞세워 배달대행 시장의 기술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주문부터 배차, 배송 수행, 정산까지 이어지는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원인을 찾아 예측하는 배송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게임·패션 업계에서 약 25년간 개발과 빅데이터 분야를 경험한 김주일 래티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데이터가 있느냐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단순 보고용으로 쓰는지, 의사결정에 활용하는지, 나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예측에 사용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CTO는 패션기업 포에버21 개발자를 시작으로 엔트리브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업계를 거쳐 창업을 경험한 뒤 래티브에 합류했다. 여러 산업에서 데이터를 다뤄온 그가 배달대행 시장에 들어와 가장 먼저 주목한 것도 산업 규모와 기술 수준 사이의 간극이었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40조원에 달한다.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음식 배달은 단일 항목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데다 라스트마일 수요가 음식에서 편의점과 유통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김 CTO가 현장에서 체감한 데이터 활용과 기술 고도화 수준은 시장의 외형 성장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처음 배달대행 업계에 왔을 때 시장은 40조원이나 되고 앞으로도 성장할 텐데 데이터나 시스템 활용 측면에서는 레거시 산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달대행사들이 라이더와 대리점 수급에 매몰돼 있고 서로 이를 확보하는 데 자본이 필요하다 보니 기술에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문 중개 아닌 ‘배송 문제’에서 출발=래티브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사업의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데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주문 중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송 영역까지 확장했다면 래티브는 처음부터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라스트마일 전문 솔루션을 지향했다.
단순히 주문 중개 플랫폼에 부가된 배송 기능이 아니라 배송 그 자체를 하나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보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래티브온을 단순 배차 프로그램이 아닌 배송 전 과정을 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됐다.
래티브는 현장과 개발 조직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지역 지사와 라이더 등 실제 배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발 조직에 전달하고 이를 빠르게 시스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김 CTO는 “기존에는 얼마나 많은 라이더와 지역을 확보했느냐가 경쟁의 중심이었다”며 “이미 선두 사업자가 있는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는 이를 구조적인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차별점이자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일 래티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8월12일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래티브]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으로=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 래티브온이다. 배달 현장에서는 배차 실패와 취소, 배송 지연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만 기존에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원인을 확인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래티브온은 주문이 인입된 순간부터 배차와 배송 수행, 완료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특정 지표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연결해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는 구조다.
김 CTO는 “배달업계의 화두가 그동안 ‘얼마나 빠른가’였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문제를 사전에 인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래티브온을 활용하면 전국에 흩어진 배송 현황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프랜차이즈 본사가 어느 지점에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는지, 어느 지역에 문제가 집중되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하는 식이다. 지사별 라이더 운영 방식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지역별 배송 품질 편차를 기술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최근 공식 배송 파트너로 선정된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와의 협업에서도 이 같은 운영 체계를 활용한다. 래티브는 전국 배송 네트워크와 24시간 실시간 직영 관제를 기반으로 땡겨요 주문의 라스트마일 배송을 담당한다. 향후 데이터가 누적되면 특정 단계별 소요시간이나 지역별 지연 현황을 넘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예측해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정산 과정도 시스템화한다. 기존에는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화주사와 배달대행사 담당자가 건별로 확인하고 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에 인력이 투입됐다. 래티브온은 주문과 배차, 배송 결과까지 연결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과정 역시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라이더 선택권 지키는 AI 배차…SaaS로 확장=AI 배차는 단순 자동 배정과 차이를 뒀다. 라이더에게 주문을 강제로 배정하기보다 선택권을 유지하면서 배차 실패와 취소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이다.
김 CTO는 “기술이 라이더 숫자를 늘려주지는 못한다”며 “대신 라이더의 불필요한 대기시간 등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배차하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결국 라이더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래티브온은 자사 배송망을 넘어 프랜차이즈와 유통기업 등 외부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확장한다. API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거나 엑셀 형태로 입력해도 분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래티브온은 구독형, AI 배차는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음식과 비음식 배송의 경계도 허물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음식 배달을 통해 형성된 라스트마일 인프라가 편의점과 유통, 퀵커머스 등 실시간 배송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CTO는 “특정 지역과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 라이더를 어떻게 배치해야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래티브는 라이더와 대리점을 뺏고 뺏기는 기존 경쟁에서 벗어나 현장에 숨어 있는 낭비를 기술로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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