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공개된 BTC 참가사 명단.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올해 국내 대형 게임사의 참가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13일 지스타조직위원회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주요 행사 계획과 1차 참가사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 지스타는 오는 11월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며 웹젠, 구글 플레이, 호요버스, 넷이즈 게임즈, 빌리빌리 등이 참가한다.
이날 공개된 명단에는 넥슨·엔씨·넷마블·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해온 주요 대형사들이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행사에 불참한 넥슨은 물론, 대형 전시관을 꾸렸던 엔씨·넷마블·크래프톤 등이 참가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직 최종 참가사 명단이 나온 것은 아니다. 간담회에서 정승우 지스타조직위원회 실장은 "지금까지 공개된 참가사가 전부는 아니며 9월 중 전체 도면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2B(기업 간 거래) 전시의 경우 이날 공개되지 않은 국내 게임사들이 일부 참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명단만으로 국내 대형 게임사의 최종 불참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난 2025년 '지스타' 현장.
그럼에도 현재 공개된 참가사 구성에서 국내 대형 게임사의 공백은 두드러진다. 주요 참가사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로는 웹젠 정도만 이름을 올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스타가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조직위는 참가사 구성이 달라지는 배경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구조 변화를 꼽았다. 모바일 게임 중심이던 국내 게임 개발이 PC·콘솔로 확대되면서 작품당 개발 기간과 비용이 늘었고, 이에 따라 매년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면서 신작 공개 시점과 게임쇼 일정이 맞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국내 게임사들의 오프라인 게임쇼 참가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올해도 주요 업체들은 해외 게임쇼를 신작 공개와 글로벌 이용자 접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독일 게임스컴에는 크래프톤이 펍지스튜디오의 미공개 신작을 비롯해 '노 로우(NO LAW)'·'프로젝트 제타'·'에이지 트위스터'·'타래: 언바운드' 등 신작 5종을 선보인다.

크래프톤 '게임스컴 2026' 출품작 5종 관련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엔씨도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아이온2'·'신더시티'·'프로젝트 본파이어'를 공개하고, '길드워3'로 B2B 전시에 참여한다. 펄어비스 역시 게임 개발자 행사 '게임스컴 데브'와 삼성전자 전시관을 통해 '붉은사막'을 알린다.
오는 9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TGS)'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해 NHN, 컴투스 등 다수 국내 게임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넥슨은 '프로젝트 RX'와 '마비노기 모바일', 넷마블은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등 신작을 TGS에 출품한다. 서브컬처 게임을 준비 중인 엔씨와 스마일게이트는 각각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와 '미래시'·'데드 어카운트'를 선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게임사들이 공개할 신작이 없어 지스타 참가가 어려운 상황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출품작에는 슈팅·서브컬처 등 국내에서도 이용자 수요가 높은 장르의 신작이 포함돼 있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시 전략 변화만으로 지스타의 대형 게임사 이탈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게임스컴 2025' 현장.
국내 게임사들의 사업 무대가 세계로 넓어진 가운데 지스타의 B2C 전시는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작 시연과 팬 행사 비중이 크다. 대규모 전시 비용을 투입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퍼블리셔·플랫폼 사업자·미디어가 함께 모이는 게임스컴이나 TGS가 해외 진출과 마케팅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에 지스타도 B2B 기능과 글로벌 미디어 파급력 등 해외 전시회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스타가 선택한 해법은 행사의 외연 확장이다. 대형 게임사의 참가 여부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과 인접한 콘텐츠를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인공지능(AI) 기반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을 비게임사 최초 메인 스폰서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이다.
나아가 현대자동차 N 브랜드와 심레이싱 콘텐츠 '2026 현대 N 버추얼컵'을 선보이고, 지스타 컨퍼런스 '지-콘(G-CON)' 역시 영화·웹툰 등 다른 분야 창작자로 범위를 넓힌다. 다만 이 같은 외연 확장과 국내 대표 게임사의 참가를 다시 끌어내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지난 3월14일 '코믹월드 330 일산' 현장. 넥슨 '아주르 프로밀리아' 코스튬 플레이 행사. [사진=넥슨]
특히 최근 대형 게임사들은 지스타 이외의 국내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이용자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애니메 X 게임 페스티벌(AGF) 2025'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 미래시 등을 선보였고, 넥슨은 지난 3월 '코믹월드 330 일산'에 신작 '아주르 프로밀리아'를 앞세워 게임사 최초로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이들 사례는 대형 게임사들의 국내 오프라인 마케팅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장르와 팬덤이 명확한 행사에는 대형 게임사들이 신작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결국 지스타가 마주한 문제는 오프라인 게임쇼의 쇠퇴보다는 변화한 전시 환경에서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선택할 이유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에 가깝다.
관건은 외연 확대 자체가 아니라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오는 9월 추가 공개될 참가사와 출품작에서 대형 게임사의 공백이 이어진다면 올해 지스타는 그 위상을 시험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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