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반도체 크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메가 프로젝트 민관합동 2차 점검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 구마모토현 TSMC 공장에 못지 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했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구마모토현 TSMC 제1공장은 2022년 4월 착공하고 2024년 2월 준공해 같은 해 12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반도체 공장 유치 발표에서 양산 개시까지 3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을 두고 빛의 속도로 진행했다는 표현도 나왔다.
정부와 전남광주특별시는 이 대통령이 모범 사례로 지목한 구마모토현 TSMC 공장 완공 과정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대를 투입해 각각 반도체 팹(공장) 2기씩 건설하게 될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일정은 속도감 있게 제시되고 있다. 825만㎡(250만평) 규모의 광주 군공항 시설을 2028년 하반기까지 다른 곳으로 임시 배치하고 2028년 말부터 1단계 전력 공급, 2030년까지 하루 65만톤 용수 확보 등의 일정이 나왔다. 2030년에는 양산 일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지켜진다면 구마모토 TSMC 사례와 닮은 꼴이 될 수 있다.
전남광주시는 호남반도체 클러스트 사업으로 71만 2000명의 고용 유발 및 644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산한다. 고용 위기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에 일조했으면 한다. 지역민들도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 같다.
1977년 PC혁명을 시작으로 디지털 혁명, 모바일 혁명, 2022년 인공지능(AI) 혁명 등 그동안 반도체 혁명의 주기는 15년이었지만, 주기가 10년으로 짧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2032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릴 지, 예의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1, 2위로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대략 5년 정도로 본다. CXMT와 YMTC 등 양대 메모리업체가 가격 경쟁력으로 치고 나올 것에 대비해 국내기업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로 공급 가격을 낮춰야 한다. 용인, 이천, 평택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클러스터 외에 비수도권 제2의 생산 거점을 확충해야 하는 이유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면서 난관이 생길 수 있다. 핵심 인프라 가운데 부지는 군공항을 택해 부지 조성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미국(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일본, 영국 등은 24시간 연속 연구나 집중적인 밤샘 작업이 불가피한 연구개발 핵심 인력에 한해 노동 규제를 완화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 제도로 최저임금이나 최장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주52시간 상한제 예외 적용을 거듭 강조하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과거 중국 출장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중국 충칭의 한 IT기업에서 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6일 근무를 하는 '996'을 도입하려 하자, 직원들이 "그렇게 일해서 다른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고 반발해 밤 12시 퇴근하는 시스템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영훈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52시간제 예외 없이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양대 노총에서 대통령 면담과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으니 노동계와 충분히 소통해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산업 경쟁력과 관련해 안이한 생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지역균형 발전 목적도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 AI데이터센터, 생성형 AI 등에 4755조원이 투입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특별법에는 반도체 공장 건설 관련 인·허가나 환경영향평가 절차 단축 등이 포함될 예정인데, 주 52시간 예외 특례와 관련한 노동 규제 완화 부문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말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노사 문제로 비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청으로 출발해 1981년 노동부로 승격한 이후 2010년에 고용노동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지난해 9월 1일 김영훈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고용노동부 공식 약칭은 노동부”라면서 “노동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동자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약칭 변경은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쳤다.
정부조직법 44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은 고용정책 총괄, 고용보험, 직업능력개발훈련, 근로조건 기준, 근로자 복지후생, 노사관계 조정, 산업안전보건,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고용과 노동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다. 고용정책실과 노동정책실이 핵심 부서로, 업무가 한 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퇴임을 앞둔 2018년 9월 기자들과 만나 "고용노동부는 업무 비중으로 보면 고용 30%, 노동 70%쯤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때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전 경기교육감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근로자의 권익도 보장된다는 철학으로 일자리 창출에 무게 중심을 뒀다.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기자가 '고용이냐, 노동이냐'를 질문하자 "고용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 고용과 노동은 반반이다"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 때였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국정 최우선 과제에 맞춰 정부 부처는 원팀이 되어야 한다. AI시대 일자리는 전 세계적인 과제다. 사람이 맡는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서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지난 7월까지 45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은 젊은 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남광주특별시의회는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수국가산업단지의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해 여수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회에 따르면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근로자는 23.6%, 플랜트 건설 근로자는 81.3% 줄었다고 한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각 국의 첨단기술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존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환경과 도전적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로도 반도체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낸다고 말하는 것은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과는 괴리감이 크다. 소부장 업체를 포함해 한국반도체 영웅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고용노동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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