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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더니 전·월세만 올리나”…서울시 토론회서 세제개편 우려 쏟아져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집값을 잡기보다 전·월세 가격만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면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돌아서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그 피해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6일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 세제개편안이 서울 주택시장과 시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세제개편, 전·월세 시장과 세입자 피해, 주택 공급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지적은 세제 강화의 충격이 집주인보다 세입자에게 먼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비거주 주택과 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체계를 손질하더라도, 주택 매물이 늘기보다 임대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집값은 잡지도 못하면서 전·월세만 올려놓는 것 아니냐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고령자가 세금 부담 때문에 원치 않는 매도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는 전·월세 매물이 이미 빠르게 줄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잠실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박준씨는 대단지 전·월세 매물이 수십 건에서 한 자릿수로 줄어든 데다 가격까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겹치면 전세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세입자 부담도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우영탁 서울경제 기자는 주변 사례를 들어 전세 계약 연장이 어려워진 임차인이 월세 40만원을 추가로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정책 목표는 담겼지만 수단 간 앞뒤가 맞지 않고, 세입자와 비아파트 거주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투기 수요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임차가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비거주 1주택자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요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과도하게 옥죄면 청년과 노인 등 자금력이 약한 계층이 도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대출 규제가 세제개편의 부작용을 키운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거주 의무로 임대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히면서 저소득 임차인이 더 열악한 주택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증보험 기준 강화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월세를 올려야 하는 구조도 세입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결국 해법은 세금보다 공급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 가운데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놓고 다툴 것이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비아파트, 민간임대 등 가용한 수단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가구 증가 속도가 주택 공급을 웃도는 만큼 일부 방식만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토론회 말미에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중과세한다고 해서 주택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임대사업자가 사업할 수 있도록 금융과 세제를 친화적으로 바꾸고, 다양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이 급등도 급락도 하지 않는 안정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이 부동산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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