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사옥 전경 [사진=금융감독원]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있는 SK디앤디의 1367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한앤코가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실패한 뒤 기존 발행주식의 240%에 달하는 증자가 추진되면서, 소액주주 지분을 희석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SK디앤디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신고서의 효력은 정지됐으며, 청약과 신주 발행 등 관련 일정도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SK디앤디가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기존 신고서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당초 신고서는 오는 7일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었고, 회사는 10월 청약을 계획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중요사항의 기재·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문제 삼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SK디앤디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보통주 4468만1000주를 새로 발행해 1367억2386만원을 조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재 발행주식 1861만7382주의 약 2.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달 자금은 전액 채무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규모 신주 발행 계획이 알려지자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확산했다. 유상증자 결의 다음 날 SK디앤디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기존 주주가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보유 주식 1주당 약 2.4주의 신주를 추가로 인수해야 한다. 청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율과 의결권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의 자금조달 결정에 관여하지 못한 소액주주가 경영 판단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지분 약 78.7%를 보유한 한앤코가 배정 물량을 모두 인수하고 다른 주주들의 청약이 부진하면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SK디앤디 주주연대는 기존 주주의 청약 참여가 저조할 경우 한앤코 지분율이 최대 92.62%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앤코가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청약하고 다른 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하다는 전제에 따른 수치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은 추진 시점과 맞물려 더욱 커졌다. 한앤코는 앞서 공개매수를 통해 SK디앤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했지만 필요한 수준의 지분을 모으지 못했다.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가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공개매수로 확보하지 못한 소액주주 지분을 증자로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한앤코의 지분 확대 의도나 유상증자의 부당성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증권신고서의 기재 내용이나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을 가능성도 있어, 금감원이 증자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SK디앤디는 신용등급이 ‘BBB-’급인 데다 채권시장 경색까지 겹쳐 회사채 차환이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사채와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자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자금조달 필요성이 현재와 같은 증자 방식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 매각이나 외부 투자 유치, 차입 구조 조정 등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기존 주주 피해를 줄일 방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결의한 SK디앤디 이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를 선택한 만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결정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주주연대는 이날 금감원에 유상증자 중점 심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주연대는 기존 주주의 청약이 저조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필요성뿐 아니라 소액주주 권익 침해와 지배력 강화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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