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컴 본사 전경 [ⓒ 한글과컴퓨터]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오피스 소프트웨어로 성장한 한컴이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오피스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36년간 확보한 약 20만 고객에게 AI 제품을 추가로 판매하고, 이들을 차기 주력인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OS)’의 수요 기반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컴 올해 상반기 AI 관련 매출은 13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89억원을 넘어섰다. 한컴은 사업 변화를 반영해 지난 7월 사명과 종목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변경했으며 올해 하반기엔 에이전틱 OS를 출시한다. 기존 고객 대상 AI 제품 판매가 매출로 이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다음 단계는 이를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오피스 고객 대상 업셀링 확대…AI 매출 비중 20% 전망=한컴의 AI 관련 매출은 올해 5월까지 10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AI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6월 말 누적액은 135억원으로 한 달 새 32억원 늘었다. 기업 고객 가운데 AI 패키지를 도입한 비율도 3월 말 4.2%에서 6월 말 6.2%로 높아졌다. AI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선언을 넘어 실제 매출을 만드는 사업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AI 매출은 AI 기능에 붙은 추가 요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한컴 관계자는 “AI 패키지는 AI 솔루션과 오피스를 묶은 결합상품”이라며 “한컴어시스턴트·한컴피디아 등 AI 솔루션의 별도 판매 매출과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AX 사업 매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오피스 매출 전체를 AI로 집계한 것은 아니지만 AI·오피스 결합상품 판매액은 포함된다. 따라서 135억원을 기존 오피스 매출과 구분되는 순수 AI 추가 매출로 보기는 어렵다.
한컴의 올해 공식 AI 매출 목표는 315억원으로 별도 매출 목표 2100억원의 15%다. 회사는 최근 성장세를 고려할 때 실제 AI 매출이 공식 목표를 넘어 별도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별도 매출 목표를 기준으로는 420억원 이상이다.
이 같은 목표 초과 전망의 기반에는 기존 고객에게 AI 제품을 추가로 판매하는 전략이 있다. 기존 오피스 고객을 AI 패키지로 전환하거나 별도 AI 솔루션을 공급해 고객당 매출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컴 관계자는 “기존 약 20만 고객을 기반으로 AI 제품을 확산해 고객당 매출(ARPU)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실제 AI 패키지 전환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 상반기 별도 매출은 9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하며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9.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1.4%로 30%대를 유지했다. 한컴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매출 성장의 주요 동력은 AI 제품 판매 확대”라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AI 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컴은 부문별 손익을 공개하지 않아 AI 사업 이익 기여도를 따로 확인하기 어렵다. 영업이익률 31.4%는 기존 오피스와 AI 사업을 합한 회사 전체 수치다.
◆패키지 판매 넘어 플랫폼으로…에이전틱 OS 2027년 사업화=현재 한컴 AI 매출은 오피스 결합상품과 개별 AI 솔루션 판매가 중심이다. 한컴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이 사용하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도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기존 고객을 AI 패키지 이용자로 전환한 뒤 에이전틱 OS 고객으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그 중심에 ‘소버린 에이전틱 OS’가 있다. 컴퓨터를 구동하는 일반적인 OS라기보다 기업 내부 데이터와 여러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고 AI 에이전트를 생성·실행·관리하는 기업용 플랫폼이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기보다 고객이 사용하는 모델과 연동하고, 데이터와 AI 운영에 대한 기업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앞세워 공공·금융 등 보안과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시장을 공략한다.
국내에서는 삼성SDS·LG CNS·KT 등도 각각 ‘패브릭스’, ‘에이전틱웍스’, ‘에이전틱 패브릭’을 앞세워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컴은 약 20만 오피스 고객과 문서 데이터 처리 기술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한컴은 올해 하반기 에이전틱 OS 베타 버전과 상용 버전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가격과 과금 정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업용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구독형과 사용자 기반 라이선스, 사용량 기반 과금 등 여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하면 새로운 시장을 처음부터 개척하는 것보다 고객 확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상용 버전 출시 이후 유료 고객을 확보해 반복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해외에서는 유럽을 우선 공략한다. 폴란드 7불스, 알고마인 등 현지 파트너와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I Act),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요건을 반영한 개발 가이드를 마련했다. 데이터의 외부 반출과 통제에 민감한 현지 공공·금융 시장을 주요 수요처로 보고 있다.
한컴은 AI 사업 확대와 주주환원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 이사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시행을 결의했으며 올해 4분기 중장기 AI 성장 로드맵과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담은 세부 계획을 공개한다. 최근 3년간 연간 90억원대 배당총액과 약 27% 총주주환원율을 유지한 가운데 앞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해 총주주환원율을 30% 후반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단순히 기존 오피스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AI 패키지와 에이전틱 OS를 함께 판매할 것”이라며 “향후 주력은 에이전틱 OS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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