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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원 과징금에 8500억원 적자…쿠팡發 ‘제재 형평성’ 논란

상반기 영업적자 1조원 돌파…“매출 중심 과징금 체계 재검토 필요”

[ⓒ쿠팡]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쿠팡이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6000억원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하면서 상장 이후 최대인 8500억원대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과징금으로 연간 수천억원 손실을 낸 사례는 있었지만, 한 분기에 8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잇따른 공공기관·민간기업 정보 유출 사고와 비교해 제재 형평성 논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쿠팡Inc가 5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이번 분기 83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분기 영업적자였던 2021년 2분기 5773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당기순손실도 8560억원으로 영업손실보다 더 컸다.

◆과징금 반영에 상반기 영업적자 1조원 돌파…탈팡 고객은 돌아왔다=앞서 쿠팡은 1분기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지급한 이용권 비용 1조6850억원을 반영하면서 35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는 1조1895억원으로 상장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영업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년간 거둔 영업이익 1조2813억원도 대부분 상쇄됐다. 또 상반기 순손실은 1조2547억원으로 최근 2년간 기록한 순이익 3970억원의 3배를 웃돌았다.

거랍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에 4억1000만달러 규모의 과징금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과징금을 제외하더라도 적자는 이어졌다. 과징금 6247억원을 제외한 영업손실은 약 2192억원, 당기순손실은 약 2403억원이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이탈 고객을 되찾기 위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확대, 4월 중순까지 이어진 보상 이용권 사용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쿠팡]

반면 매출은 회복세를 보였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3조30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2개 분기 연속 둔화했던 매출 증가세도 다시 반등했다. 활성 고객 수는 2470만명으로 개인정보 유출 이전인 지난해 3분기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과징금으로 인해 분기 영업적자가 8000억원을 넘은 기업은 쿠팡이 처음이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1347억원을 부과받은 SK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 2066억원을 기록했고 위약금 면제와 요금 감면 비용 등을 반영한 영업손실은 522억원이었다.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484억원, 당기순손실 1667억원을 기록했다. 쿠팡Inc의 당기순손실은 SK텔레콤의 5배를 넘는 규모다.

또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식품기업들도 연간 순손실이 최대 3000억원 수준에 그쳤고, CJ제일제당처럼 영업이익 규모가 큰 기업들은 손실을 방어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기업들도 과거 수천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영업적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KT 역시 최근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540억원을 2~3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지만, 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적자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1분기 이용권 보상과 2분기 과징금까지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비용만으로 1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셈”이라고 말했다.

[ⓒ쿠팡]

◆민간은 수천억, 공공은 수억원…개인정보 제재 형평성 논란 커지나=업계에서는 쿠팡의 평소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2000억원, 영업이익률도 1~2%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과징금의 충격이 매우 컸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비용으로 보기에는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적자라는 평가다.

쿠팡에 부과된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은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사례와 비교해도 메타(약 3800억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약 970억원)보다 많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징금 부과 방식이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의 민감성이나 2차 피해 여부, 기업의 수익성보다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혈액형과 재산, 원천징수소득, 키 등 24종의 민감정보가 유출된 듀오에는 1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약 4000만명의 이용자 정보를 국외 이전한 카카오페이에는 59억68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현행 제도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과징금 부과 체계가 기업의 영업이익률이나 수익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쿠팡이 주장한 ‘실제 저장된 정보는 3000건 수준’이라는 내용 역시 정부 조사에서 명확히 검증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모두의 창업’, 외교부 정보 유출 등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과징금은 최대 20억원에 그친다.

실제 57만5000명의 정보가 유출된 농촌진흥청에는 1억6800만원, 23만6000명이 유출된 한국고용정보원에는 과태료 840만원, 2만7863명이 유출된 국토교통부에는 2500만원이 부과됐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가 손해나 이득과 무관하게 사업자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제재의 실질적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쿠팡에 대한 처분이 특정 기업에 과도한 제재인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무관한 행위까지 일괄적으로 포함한 처분인지 냉정한 평가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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