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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로그] 우아한 외모 속 530마력…'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부드러운 승차감과 날카로운 주행 감각…운전 재미 앞세운 럭셔리 SUV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이제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하지만 대부분의 SUV는 편안함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다. 높은 시야와 넉넉한 공간은 만족스럽지만 운전의 재미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그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부드럽게 달리다가도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가는 움직임은 SUV보다 스포츠카에 훨씬 가까웠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024년식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마세라티 304대 가운데 278대는 그레칼레였다. 국내 판매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모델이다. 그레칼레는 기본 트림과 모데나, 최상위 트림인 트로페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는 모데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이번에 경험한 모델은 530마력 V6 엔진을 품은 최상위 트로페오다.

◆ 스포츠카와 SUV 사이 그 어딘가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는 1914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레이싱 DNA를 바탕으로 스포츠카를 만들어 왔지만 최근에는 SUV를 앞세워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그레칼레는 르반떼보다 작은 D세그먼트 SUV로 브랜드의 주력 모델 역할을 맡고 있다.

시승차 외장은 그리지오 라바 색상으로 차분한 회색 계열이지만 빛을 받으면 금속 특유의 입체감이 살아난다. 실내는 로쏘 레드 가죽으로 꾸며졌다.

전체적인 외관은 SUV보다 스포츠카의 비율에 가깝다. 긴 보닛과 낮게 깔린 차체는 정차해 있는 순간에도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전면부에서는 삼지창 엠블럼과 대형 그릴, 측면에서는 뒤로 갈수록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차체를 더욱 길고 낮아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옆모습만 보면 SUV보다 스포츠 왜건에 가까운 실루엣이다. 프런트 범퍼와 사이드·후면 디퓨저 곳곳에 카본을 적용해 트로페오가 일반 그레칼레와 다른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 왜 여성 고객이 많을까…실내에서 답이 보였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운전석.[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HUD에서 맵을 켠 모습.[사진=윤서연 기자]

국내에서 마세라티는 여성 고객 비중이 비교적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직접 타보니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슈퍼카처럼 시선을 압도하기보다 세련된 비율과 우아한 분위기에 집중한 디자인 덕분이다. 한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오래 볼수록 차체의 비율과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 역시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 시승차는 로쏘 레드 컬러의 가죽 내장재를 적용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채도가 훨씬 깊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대시보드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 기능을 담당하는 8.8인치 터치 패널을 배치해 깔끔하게 정리했다. 운전석은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형태라 필요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SUV지만 시트 포지션은 지나치게 높지 않았다. 시야는 넓게 확보하면서도 몸을 차 안으로 감싸는 느낌이 강했다. 덕분에 운전대를 잡았을 때 일반 SUV보다 스포츠 세단에 가까운 자세가 만들어졌다. 스포츠성이 짙은 모델인 만큼 시트 착좌감이 단단하진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장거리 주행에서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내비게이션 지도가 지나치게 크게 나타났다. 필요한 주행 정보를 확인하기보다 지도 자체가 시야를 차지하는 느낌이 강했다. 결국 시승 대부분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끈 채 운전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2열.[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2열.[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2열.[사진=윤서연 기자]

2열 공간은 성인 두 명이 타기에는 부족하지 않지만 동급 SUV치고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 패밀리 SUV를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무릎 공간은 여유가 있지만 루프 라인이 낮게 떨어지는 만큼 머리 공간은 기대보다 평범했다.

◆ 레이싱 DNA 고스란히…주행에서 드러난 본색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1열.[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엔진룸.[사진=윤서연 기자]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진짜 매력은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보닛 아래에는 3.0리터 V6 6기통 트윈터보 네튜노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530마력과 최대토크 620N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8초 만에 도달한다. F1에서 파생된 프리 챔버 기술을 적용한 엔진이다.

수치보다 인상적인 것은 실제 주행 감각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는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치고 나간다. 터보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 성능의 차량이라면 서스펜션이 단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노면 충격을 자연스럽게 걸러냈다. 고성능 SUV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승차감이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계기판.[사진=윤서연 기자]

주행 모드는 오프로드·컴포트·GT·스포츠·코르사 등 5가지로 구성된다. 기본 GT 모드는 편안함과 주행 성능의 균형을 맞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정숙성도 높아져 도심 주행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반대로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차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서스펜션은 좀 더 단단해지고 변속은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진다. 배기 밸브가 열리면서 V6 엔진 특유의 묵직한 배기음도 한층 선명하게 들린다. 트랙 주행을 염두에 둔 설정인 만큼 일반 도로에서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레칼레가 가진 성능의 끝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드였다.

주행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브레이크다. 가속 성능 못지않게 제동 성능도 날카롭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모두 반응이 빠른 편이라 처음에는 다소 예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의 특성에 익숙해지고 나면 운전자의 의도대로 속도를 올리고 줄이는 과정이 매우 정확하게 이뤄진다. 빠르게 달리는 것만큼 안정적으로 멈추는 능력도 인상적인 차였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주차보조.[사진=윤서연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트렁크.[사진=윤서연 기자]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주차가 부담스러울 법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360도 서라운드 뷰가 차량 주변을 입체적으로 보여줘 차와 장애물 사이의 거리를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전후방 카메라 화질도 선명해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불안감이 크지 않았다. 대형 SUV를 처음 접하는 운전자도 부담을 덜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70ℓ다. 강아지 유모차를 실었을 때도 추가로 여행용 캐리어를 실을 수 있을 정도다. 골프백을 여러 개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 SUV로도 충분히 설레는 이유…일상과 스포츠성 모두 잡았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사진=윤서연 기자]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SUV는 아니다. 트로페오 트림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6480만원이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다. 여기에 마세라티는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폭이 큰 브랜드로 알려져 있어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약 3일간 시내 위주로 주행한 결과 연비는 6.7㎞/ℓ를 기록했다. 유지비와 경제성을 우선하는 소비자라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차를 경제성으로 평가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가치는 운전대를 잡는 순간 드러난다. 우아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는 주행 내내 만족감을 준다. 여기에 6기통만이 줄 수 있는 배기음과 즉각적인 가속 반응·빠른 제동 성능은 SUV라는 차급을 잠시 잊게 만든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뛰어난 정숙성을 유지하면서도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SUV를 타면서도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감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차다. 반대로 넓은 실내 공간이나 높은 연비·뛰어난 가성비를 기대한다면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SUV를 사야 하지만 스포츠카는 포기하기 싫다'는 운전자에게는 가장 설득력 있는 답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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