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2024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그룹]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재계 5위 한화그룹이 3세 경영 체제 전환에 속도를 냈다. 김동관 부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은 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한화 인적분할일인 8월1일에 맞춰 시행된다. 시기적 측면만 고려하더라도 한화가 그리는 미래 경영 구도는 분명하다.
가장 상징적인 인사는 김동관 수석부회장 승진이다. 방산·조선·우주항공·에너지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이끌어 온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차기 그룹 리더라는 점은 이미 재계 안팎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인사는 후계 구도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장면에 가깝다.
'누가 한화를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뚜렷해졌지만 '어떤 방식으로 한화를 물려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화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 ㈜한화에는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주도하는 방산·조선·에너지 사업과 김동원 부회장이 맡은 금융 사업이 남는다.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기계·로봇·반도체 장비·유통·레저 사업은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이동한다.
3형제 사업 영역이 이전보다 선명하게 나뉘지만 이것만으로 계열 분리나 승계 구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여전히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있다. ㈜한화와 한화에너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를 장기적으로 어떤 구조에 둘지에 따라 최종 승계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한화에너지 기업공개나 ㈜한화와 합병 등 향후 여러 선택지가 거론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합당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자본시장 신뢰를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솔루션 대규모 유상증자는 이를 보여준 시험대였다. 결과적으로 구주주·일반공모를 합한 최종 청약률이 126.9%를 기록하며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처음에는 주주 자금으로 재무 부담을 해소한다는 비판과 주가 희석 우려가 컸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이미 재벌 3세라는 배경만으로 평가받는 경영인이 아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사시키며 한화오션 출범을 이끌었고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대응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방산 수출 확대는 물론 우주항공과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한화의 사업 지형을 바꾸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 왔다.
남은 건 승계 과정에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적 문제다. 한화에너지와 ㈜한화 관계 정리,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등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도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한화는 최근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소각하고 기존 주주 지분율을 유지하는 구조를 택하는 등 시장 우려를 줄이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배구조 전반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김동관 시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시장의 신뢰', 비록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지만 김동관 수석부회장으로선 앞으로도 꾸준히 시장에 증명해야할 만만치 않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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