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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용범·이억원·이찬진, '삼전닉스 레버리지'사태 누가 책임지나

정책 실패로 개인투자자 피해 엄청난 것 아닌가

김용범 정책실장이 7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분위기와 관련한 유행어가 '포모(FOMO·Fear Of Missing)에서 '조모(JOMO·Joy of Missing Out)'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코스피 랠리가 역대급이던 상반기에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이 재산 증식 기회를 놓치면서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빗댄 말로 포모가 확산됐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백 포인트씩 움직이는 장세에서는 "주식 투자 않기를 잘했다"는 안도감을 뜻하는 '조모'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식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지난 29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증시 역사에 기록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중 11%와 8%의 낙폭을 보이자 두 시장에서 28일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처음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8% 이상 떨어진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20분 동안 주식 거래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역대 15번째, 올들어서는 9번째이다. 코스닥 시장의 서킷브레이커는 역대 14번째, 올해 4번째다.

시장은 공포 상태다. 하루 아침에 계좌가 반토막 났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반도체 중심의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라 손절도, 추가 매수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에 89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이익률 76.3%를 기록하며 글로벌 테크기업 중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전닉스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역대급 실적도 반도체 호황의 정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피크 아웃(Peak Out) 우려는 해소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증권사나 주식 전문가들도 문제가 많다. 무책임하게 장밋빛 주가 전망을 하면서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29일에는 삼성전자는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목표 주가를 각각 낮춘 증권사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기존 234만원에서 5월 15일에는 400만원으로, 이어 6월 24일에는 470만원으로 각각 높여 잡았다. '널뛰기' 목표가로 개인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게 해선 안 된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투자 의견이나 목표주가, 이익 예측치 등은 낙관 일색이다.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보면 90% 이상은 '매수' 의견이고 '매도' 의견 비율은 0%에 가깝다. '중립' 의견은 대략 10% 수준이라고 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에 의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보상 체계가 구축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의 하루 등락률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 크다.

씨티그룹 투자은행 프렌차이즈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29일 기관투자자 대상 시장 보고서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투자로 개인투자자들은 56조3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기초자산별로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이 고점 대비 약 170억달러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에 휘둘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폭락 사태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초래한 인재로 볼 수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에 책임 역시 당연히 무겁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신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매일 시장 흐름을 챙겨보면서 책임이 막중함을 깨닫고 있다"면서 "일전에 증권신고서 수리할 당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와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김용범 정와대 정책실장은 현지시간 29일 상파울루에서 "여러 특성이 맞물리면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데, 지난 2~3개월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로 변동성이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시장의 특징과 관련해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가 급격하게 변하는 원인이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은 아닐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편중된 주식시장, 외국인 자금 이동,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5월 27일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면서 반도체 쏠림 현상은 삼전닉스 ETF로 번졌다. 하루 만에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수 있는 고위험 상품에 한 달 만에 14조원의 시장이 형성되는 등 도박판을 방불케 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30일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장폐지가 아니라 자연사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배 대표는 2002년 국내 첫 ETF 상장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과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를 집중 조명하면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를 가장 위험한 상품으로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하더라도 한국 투자자들을 카지노 밖으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급한 불 끄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증시는 백약무효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 이틀 폭락했는데도 30일 6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삼전닉스 단일종목 ETF 사태의 보완 대책을 추가한 뒤 주식시장이 더 이상 불안정해지지 않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정책 실패의 책임은 물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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