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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그들이 위하는 실수요자는 누구인가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정부가 부동산과 금융정책을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실수요자 보호’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국회에서는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서민·실수요자 보호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약속은 같다. 가계부채는 관리하되,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말은 따뜻하다. 그러나 시장의 현실은 차갑다.

집값은 뛰었고 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전세에 머물며 종잣돈을 모으면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전세는 월세로 바뀌었고, 월세는 자산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매달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됐다.

한때 전세는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사다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매매로 갈 수도, 전세에 머물 수도 없는 사람들이 월세로 향한다. 오늘을 버티는 비용이 커질수록 내일을 준비할 여력은 줄어든다.

대출도 다르지 않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사람에게 대출 규제는 불편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대출은 월급과 집값 사이를 건너는 거의 유일한 다리다.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가 실수요자에게 또 하나의 문턱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대목이다.

부동산 문턱이 높아지자 평범한 사람들은 증시로 눈을 돌렸다. 자산을 형성할 또 다른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곳 역시 문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개인의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투자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과도한 ‘빚투’와 위험한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왜 가장 먼저 멈춰 서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레버리지인가.

큰 자본은 다양한 금융기법과 신용을 활용하고, 현금은 규제를 비켜갈 길을 찾는다. 반면 평범한 개인은 부동산에서는 대출이, 증시에서는 레버리지가 막힌다. 위험을 줄이겠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산 형성의 마지막 사다리까지 거둬들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고민도 이해한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이 늘고, 늘어난 대출은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린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총량 관리가 필요한 이유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정책이 숫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책의 목적은 통계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면 더 정교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문을 좁힐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는 닫고, 누구에게는 끝까지 열어둘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실증 가능한 소득과 실제 거주 목적이 확인되는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투기 수요와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실제 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관리’라기보다 행정 편의에 가깝다.

실수요자는 추상적인 정책 용어가 아니다.

첫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이고, 아이를 키울 보금자리를 찾는 신혼부부다. 월세를 벗어나 전셋집 하나 구하려는 직장인이며, 자산을 조금이라도 불려 미래를 준비하려는 평범한 시민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총량 관리 압박 속에 은행 창구의 문턱이 높아지고 대출이 막힐 때마다, 정작 이들은 스스로를 ‘실수요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그들이 위하는 실수요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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