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SW 대기업참여제한 대기업·중견·중소기업 합의 1년 7개월째 표류
- 국회선 상출제 조항 삭제 법안…합의 전제 흔들려

[사진=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 참여제한 개편의 마지막 관문은 국회다. 업계가 1년간 협의해 만든 조정안이 1년 7개월째 잠긴 사이, 국회에서는 조정안의 전제를 흔드는 법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평가 기준을 양보하고 사업 구간을 넓혀받기로 한 거래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생협력평가는 컨소시엄에 중소기업을 얼마나 참여시켰는지 점수를 매기는 항목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사업 독식을 막는 장치로 쓰여왔다. 중소기업 지분만 계산에 넣기 때문에 중견기업이 컨소시엄에 들어가면 점수가 깎인다. 대형사업에서 중견기업이 자리를 잡기 어려웠던 배경이다.
◆1년간 6차례 회의…대, 중견, 중소 합의안 도출
논의는 2024년 1월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도개선안에서 출발했다.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 상호출자제한(상출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설계·기획 사업은 전면 개방하는 내용이었다.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후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과 ITSA, KOSA, 중견·중소SW기업협의회가 참여한 간담회와 조정회의가 6차례 열렸다. 협의를 거치며 중소기업이 받는 몫이 커졌다.
합의는 막판에 틀어졌다. 중견기업 측이 대기업 참여 하한금액을 법률에 명시할 것 등을 추가로 요구했고, 정부가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다.
본지가 입수한 협의 문서를 보면 그해 12월 2일 자로 정리된 조정안은 이 국면을 풀기 위해 나왔다. 상생협력평가에서 중소기업 지분율 만점 기준을 50%에서 40%로, 배점을 5점에서 3점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적용 대상은 200억원 이상 사업이다.
대신 중소기업만 경쟁하는 사업 구간을 20억원 미만에서 40억원 미만으로 넓힌다.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서는 중견기업 지분도 20%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조정안 내용은 대부분 고시와 지침 사항이다. 상생협력평가 기준도 이미 운영 중인 제도여서 법을 고치지 않고도 손댈 수 있다.
문제는 대기업 참여 구조다. 현행 소프트웨어진흥법은 상출제 기업집단의 공공SW 사업 참여를 사업금액과 관계없이 막고 있다. 대기업은 금액 구간을 둬 제한하고 중견기업은 금액별로 차등을 두지만, 상출제 기업만 원천 배제돼 있다.
이 조항이 정리돼야 조정안도 작동한다. 중견기업 지분 20% 인정 조항 역시 상출제 대기업이 주사업자로 들어올 수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
법률 개정이 먼저고 시행령과 고시가 뒤따르는 구조인데, 조정안이 나온 직후 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절차가 멈춰 섰다.
◆조정안 전제 뒤흔드는 국회 발의 법안들
국회에는 관련 법안 4건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2024년 8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그해 11월 상정돼 지난해 2월 법안심사소위 축조심사를 거쳤다. 같은 당 안상훈 의원도 규제 완화 취지의 법안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지난 5월 상출제 기업의 참여를 막은 48조 4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참여 하한과 예외사업 범위, 인정 절차는 하위법령과 과기정통부 고시로 넘기는 내용이다.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과 기업들이 협의한 조정안은 다루는 층위가 다르다.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금액 하한은 원래 과기정통부 고시가 정한다. 법률에 담긴 건 48조 4항 하나다. 이 조항이 삭제되면 상출제 대기업도 고시가 정한 하한을 적용받게 된다. 상출제 참여 여부가 법률 사안에서 고시 사안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조정안 전제가 흔들리게 된다. 중소기업이 지분율과 배점을 내준 것은 대기업 참여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묶인다는 조건 아래서였다. 금액 기준선이 방어막을 낮추는 대가였던 셈인데, 이 숫자들은 모두 고시에 담긴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중견기업이 지난해 5월 요구했다 무산된 것도 같은 대목이다. 협의 문서를 보면 중견기업 측은 참여 하한금액을 법률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시에 맡겨두면 기준이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중소기업의 우려도 궤를 같이한다. 국내 중소 SW기업 대표는 "대기업참여제한 금액 기준은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제도가 없어지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금액 기준 없이 열어버리면 전문성을 가진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흡수된다"며 "10억~20억원대 사업까지 신기술을 이유로 예외 처리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예외 인정을 조이자는 법안도 나와 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대기업 참여 예외사업 심의 권한을 과기정통부에 두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냈다. 지금은 고시에 있는 내용을 법으로 올리자는 것으로, 신기술이나 긴급 장애대응을 이유로 한 예외 인정이 늘면 금액 기준이 사실상 무력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조정안은 확정된 합의가 아니었다. 협의 문서에는 중견기업 측이 동의하면 관계부처 의견조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고 적혀 있다. 마지막 단추를 남긴 채 절차가 멈춘 것이다.
국회 심사는 반대 없이 소위까지 올라갔지만 거기서 멈췄다. 그사이 상출제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이 새로 발의됐다. 1년 7개월 전 합의는 그대로인데, 국회가 마주한 선택지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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