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해 7월23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위원회에 압수수색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당한 것도 모자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 통계를 임의로 수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선관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3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위원회와 송파, 강남, 서초구 선관위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서버 등 자료를 확보했다.
합수본이 지난 6월 1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선관위의 실무자급 직원들이 통계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당일 1시간 단위로 전국 투표소의 투표자 수를 집계해 투표율을 공개한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선관위의 실무자급 직원들이 투표자 수백 명을 수천 명 등으로 잘못 입력한 뒤 실수를 감추기 위해 오입력을 바로 잡지 않고 다른 투표소 여러 곳에 주먹구구식으로 분산시키는 수법을 썼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투표자 수가 늘어나 오차가 좁혀질 것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합수본은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임의로 조정해 ‘숫자 맞추기’를 하자고 모의한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법은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선관위의 내부 보고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건이다.
합수본은 공공기관의 전산기록을 권한없이 허위로 만들거나 바꿨을 때 적용하는 조항인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전자기록위작 및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렵하면 투표율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투표율은 투표용지 공급 문제와도 연결될 뿐 아니라 선거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수본은 다른 지역에서도 전산 통계 조작이 이뤄진 것은 없는지, 상부와 연결 고리는 없는 지 소상하게 밝히기 바란다.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이미 땅 바닥에 떨어졌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들의 '아빠 찬스'를 이용한 특혜 채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부부의 해외 동반 출장, 국회 국정조사 비협조 등 기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행동만 쏟아내고 있다.
선관위 개혁 방안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의 상근직화, 사무총장 권한 축소, 외부감사위원회 설치, 투표용지 100% 인쇄 의무화, 선관위 특검법 제정 등이다.
합수본의 수사는 6·3지방선거를 넘어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과거 선거에서도 문제가 없었는 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투표 통계를 마음대로 바꾼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마음 놓고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또 다시 나오지 않도록 성찰하고 국정조사와 합수본 수사, 향후 출범하게 될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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