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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사업 난맥상①] 제값 받기 공감대에도…산출내역서는 여전히 비공개

과업변경 정산 근거는 속속 마련…규모 산정한 산출내역서는 총량만 공개

[사진=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해묵은 숙제가 제값받기다. 늘어난 과업에 대가를 지급하도록 법과 제도가 손질되는 사이, 정작 그 대가를 따질 기준인 산출내역서는 여전히 닫혀 있다.

산출내역서는 발주기관이 사업 규모를 기능점수(FP)로 환산해 예산을 짜는 근거 자료다. 기능점수는 사용자 관점에서 식별되는 SW 기능을 유형별로 나눠 규모를 환산한 값이다. 공공 SW 개발비 산정의 기준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 문서는 입찰 문서도 계약 문서도 아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정산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이유다.

사업자에게 공개되는 건 총량뿐이다. 제안요청서에는 '380FP'처럼 전체 규모만 적힌다. 어떤 요구사항이 몇 점으로 환산됐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산정이 타당한지 검증할 길이 없다.

정부의 공사 사업은 사정이 다르다. 내역입찰 방식이라 산출내역서가 계약 문서로 존재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65조에 따르면, 공사계약에서 설계변경으로 공사량이 늘면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했고, 증감된 물량에는 산출내역서에 적힌 계약단가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준 문서가 계약에 편입돼 있어 다툴 여지가 적다.

공공 SI 사업을 주로 하는 한 중소 SW기업 대표는 "5만 FP로 발주된 사업이 설계를 마치면 6만FP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발주 규모가 공식 문서로 남아 있어야 늘어난 만큼을 따질 수 있는데 그 기준이 없다"고 토로했다.

기준선은 과업심의위원회(과심위)로도 이어진다. 과심위는 요구사항과 실제 기능점수를 대조해 일정 비율 이상 차이가 나면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다. 대조할 기준이 부정확하면 심의도 힘을 갖기 어렵다.

◆ 산출내역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

발주기관이 공개를 꺼리는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단가다. 산출내역서를 열면 규모를 금액으로 나눈 실질 단가가 드러난다. 업계는 정부가 정한 기능점수 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추산하고 있다. 예산 단계에서 이미 어긋나 있어서다. 발주기관이 요구한 예산은 심의를 거치며 적게는 20%, 많게는 40%가 깎이는데 사업 내용은 그대로다.

다른 하나는 감사 부담이다. 발주기관은 대부분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자에게 기능점수 산정을 맡긴다.

또 다른 공공 SW기업 관계자는 "코드 한 줄 짜본 적 없는 컨설턴트가 기능 정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잘못 잡힌 기능점수가 예산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정 오류가 확인되면 담당자의 문책 사유가 될 수 있다. 전문가에게 맡긴 결과인데, 그 오류를 들추는 순간 지적 사항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업계는 단가를 뺀 공개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정보통신공사업에서는 내역을 공개하되 단가만 제외한다. 단가는 기업마다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방식으로 기능점수 리스트만 공개해도 사업자가 산정의 적정성을 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산 근거는 채워지는데

정작 대가 지급을 둘러싼 제도는 최근 빠르게 손질되고 있다. 국회와 법원, 정부가 잇따라 과업변경 대가를 인정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국회에는 SW진흥법 개정안이 올라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13인이 지난해 11월 27일 발의했다. 사업 공정이 일정한 진도에 이르면 과심위를 의무적으로 열도록 하고, 발주기관장에게 심의 결과에 따른 예산 확보 의무를 지운다. 사업자가 과심위 개최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심의 결과가 계약에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2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됐다. 4월 22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원안대로 통과했다. 남은 절차는 본회의 의결뿐이다.

국가계약법 개정도 진행돼 왔다. 이해민 의원이 지난해 5월 계약금액 조정 사유에 SW진흥법 50조에 따른 과업 변경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후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새로 발의해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소관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현행 국가계약법 19조는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을 조정 사유로 인정한다. 공사·제조와 함께 용역계약도 나란히 명시돼 있다.

걸림돌은 시행령이다. 설계변경 조항은 공사계약으로 한정돼 있다. 기타 계약내용 변경 조항은 공사기간이나 운반거리 변경 등을 다룬다. SW 사업의 과업 추가·변경에 맞는 규정이 없다.

지난해 7월 판례도 나왔다. 대법원은 총액계약이라도 계약 범위를 실질적으로 넘어선 추가 과업에는 상법에 따라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설계 완료 후 새 데이터베이스(DB) 테이블이 생기거나 새 업무 프로세스가 추가되면 '요구사항 구체화'가 아닌 '과업변경'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도 함께 나왔다.

정부도 움직였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초 조달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공 SW 사업의 계약금액 조정 근거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발주기관이 과업을 변경하려면 과업내용변경요청서를 제출하고 과심위를 열어야 한다. 사업자는 이 절차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계약예규와 지침 개정은 3분기, 국가계약법 개정은 연내가 목표다.

문제는 산출내역서 공개가 어느 논의에도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IT서비스 업계는 예산산출 세부내역서가 공개돼야 과심위에서 대가의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산 근거는 채워지고 있지만, 그 정산의 출발점이 될 문서는 여전히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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