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6월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실용주의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하던 ‘모두의AI’를 비롯해 ‘피지컬AI’ 확산 사업 등 국민과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규모 재원 투입과 민간 투자 유치 활성화를 통해 국민과 산업계가 모두 체감할 수 있는 AI 전환(AX)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피지컬AI 전략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총 20조원 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모두의AI에도 그래픽처리장치(GPU) 재원과 AI 서비스 운영비용에 정부 재원이 투입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환호 보다는 냉정한 모습이다. 과거 정부 주도의 IT공급 실패 경험에 따른 경계감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모두의AI’· ‘피지컬AI’ 두 사업 모두 ‘공급자 중심’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부는 추격형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가 기술·산업·과제를 먼저 선정하고 연구개발비와 인프라를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물론 정부가 기술과 인프라를 공급하는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GPU와 데이터센터, 제조 실증시설처럼 초기 투자비가 크고 실패 위험이 높은 분야를 민간에만 맡기면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투자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에 기업과 인재가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에 AI 거점을 조성해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서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정책 사업의 실수요 검증이 충분했는지다.
모두의AI는 국산 모델과 GPU를 활용해 무료 범용 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국민의 이용을 끌어내는 구조다. 피지컬AI도 지역과 예산, 플랫폼과 실증시설을 정한 뒤 이를 적용할 제조현장을 찾는 순서로 진행된다.
막상 돈을 들여 기술을 개발했는데 수요가 없으면 막대한 재원 낭비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번 두 사업에는 해결되지 않은 물음표가 더있다.
‘수요자들이 AI를 쓰지 않는 이유가 비용인지’ ‘활용역량 부족인지’ ‘수요가 충분히 검증됐는지’ ‘제조기업이 정부지원 종료 후에도 자기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용할지’ 등 사전 수요 검증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나 있는 모습이다.
AI는 기존 기술보다 민간과 기업 이용자 선택의 영향이 크다.
정부 평가표를 충족한 모델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선택받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이야기다. 성능이 낮으면 무료여도 이용자는 떠나고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조기업도 실증 이후 구매하지 않는다. 정책 지원이 시장 검증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공통 인프라와 안전기준,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되 어떤 서비스와 기술 조합이 살아남을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수요가 중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정밀한 수요 검증과 출구전략 검증이 필수적이다.
향후 사업 성과도 시설 구축과 실증 건수, 가입자 수와 같은 정량 지표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정부지원 종료 후 재이용률과 반복 구매, 민간투자, 실제 비용 절감 등 실질적인 핵심성과지표(KPI) 평가가 이어져야 한다.
공급자 중심 정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급이 아니라 분명한 출구전략이다.
정부가 ‘마중물’을 부은 뒤에도 국민과 기업이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수요없는 기술에 수조원대 투자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 정책은 그 한계선을 냉철하게 지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패와 사회적 비용을 막는 것이다. 결국은 '보이지 않는 손'의 힘, 즉 시장의 힘에 의해 굴러가도록 돕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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