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인공지능 전환(AX)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AI는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경쟁력 판도를 바꾸는 흐름입니다. 이같은 'AI 대전환'에 주목하며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공정·품질·안전 등 산업 현장 전반으로 AI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산업AX파일>을 통해 AX 시대 제조업 현재와 변화 방향을 따라가봅니다. <편집자주>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의 해검III 무인수상정. [사진=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무기체계를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가 왔다. 방산업계에서는 최근 피지컬 AI를 미래 전장의 핵심 기술로 꼽으며 AI 기반 무인함정 통제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AI가 텍스트나 이미지 등 디지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피지컬 AI는 로봇과 드론, 무인함정 등 실제 물리적 장비를 제어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기술이다. 특히 해상에서는 파도와 조류, 바람, 장애물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AI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래 전장에서는 개별 무인함정의 성능보다 여러 대의 무인체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습시키고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무인함정 개발의 출발점은 공통 시뮬레이터다. 육해공은 물론 수중과 사이버 영역까지 통합한 가상환경을 구축해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여러 대의 무인체계가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는 군집 운용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까지 모의할 수 있도록 공통 메시지와 프로토콜을 적용한 분산 시뮬레이션 구조도 함께 구축된다.
여기에 공학급 물리엔진이 더해진다. 파랑과 유체 흐름, 추진체계, 각종 센서 등 실제 해양 환경을 수학적으로 구현해 가상환경과 실제 환경 간 오차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물리적 특성을 실제와 최대한 가깝게 구현해야 AI가 학습한 결과를 실전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구축되는 것이 AI 학습 파이프라인이다. AI는 공통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천, 수만 번의 반복 학습을 병렬로 수행하며 다양한 전장 상황을 경험한다. 이후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결과를 실제 무인함정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과정을 거쳐 성능을 검증하고 다시 학습을 반복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빠른 학습·신속한 배포·현실 검증의 반복 구조가 미래 무기체계 개발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습을 마친 AI는 지휘통제(C2) 체계와 연동돼 다수의 무인함정을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통합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온톨로지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전장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기동 경로나 전술을 추천하고 지휘관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향후 무인함정뿐 아니라 무인기와 드론, 유인 전력까지 하나의 체계에서 통합 운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 AI가 전술 추천…무인함정 통합 운용 현실로
실제 관련 기술은 실증 단계에도 들어섰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한국해양대에서 '무인수상정(USV) 지능형 지휘통제 실증 시연회'를 열고 서로 다른 무인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용하는 국내 최초의 다기종 무인체계 군집 운용을 선보였다.
실제 무인수상정과 가상 시뮬레이터를 위성통신으로 실시간 연동한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AI 기반 지휘통제 기술을 검증했으며 해상·항공·위성 등 다영역 데이터를 융합해 AI가 전술을 추천하고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현했다. LIG D&A는 해당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탐지부터 결심, 교전까지의 소요 시간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를 뒷받침할 통신 인프라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무인함정이 원거리에서도 실시간으로 임무를 수행하려면 지연 시간이 낮은 저궤도 위성통신과 클라우드 기반 지휘통제 환경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서로 다른 업체가 개발한 무인체계도 하나의 체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공통 아키텍처와 표준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방산업계는 앞으로 무기체계 개발 방식 자체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가상환경에서 반복 학습하며 스스로 최적의 행동을 찾아가는 방식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재관 LIG D&A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데이터 중심, 임무 중심의 지휘통제 체계가 전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사람이 일일이 규칙을 코딩하는 기존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피지컬 AI를 활용해 빠르게 학습하고 검증한 뒤 실전에 적용하는 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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