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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韓 면세산업, 특허제 족쇄 풀어야

차규근 의원, “특허 기간·갱신 심사 기준·갱신 절차 등이 시장 현실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7월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 세미나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코로나19 이후에도 면세 업계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행 특허 중심 제도를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거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규제 체계가 외려 글로벌 경쟁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 세미나를 열고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 면세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유통산업연구센터, 한국지방자치학회, 한국상품학회가 주관했으며 변정수 한국외대 교수, 성태곤 한국관세사회 부회장 등 학계와 산업계 주요 인사가 참여했다.

◆ 中 하이난 특구·FIT 관광객 증가…글로벌 변수에도 국내 면세는 제자리

학계는 과거 면세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발제를 맡은 변정우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중국의 하이난 면세특구 육성과 외국인 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국내 면세시장 매출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면세점협회와 관세청 국회제출자료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면세시장 매출은 2019년 약 24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12조5000억원으로 50% 가까이 감소했다.

중소·중견 면세 업계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9년 1조3000억원 수준이던 중소·중견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2000억~4000억원대로 급감했으며 최근 5년 동안 중소·중견 시내면세점 11곳이 문을 닫았다. 대기업 중심의 매출 쏠림도 심화하면서 2021년 이후 전체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7~98% 수준까지 확대됐다.

7월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변정우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사진=장주영 기자]

변 교수는 “전체 면세시장 매출에서 대기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의 부진이 곧 시장 전체 침체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중소·중견 면세점 역시 자본력과 모객력의 한계로 회복 탄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 교수는 중국 하이난 면세 특구도 면세 시장 부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중국은 하이난섬 내국인 지정면세점 정책을 발표했다. 해외로 반출되는 수요를 내수로 전환하고자 중국 최대 국영 면세기업 ‘CDFG’를 중심으로 면세 쇼핑 한도를 10만위안(약2200만원)까지 높이고 면세 품목도 전자기기까지 넓혔다.

문제는 기존 한국 면세점 매출의 약 70%를 중국 관광객들이 차지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면세한도는 2022년부터 800달러(약 120만원)을 유지중이며, 중국 내수 전환으로 인해 고객 구매력 또한 낮아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인바운드 관광객 소비 패턴 또한 면세점보다 로드숍, 편의점 등 일상적인 쇼핑 채널로 바뀌며 집객력도 낮아졌다.

◆ 면세 산업, 대기업조차 진출 어려워…등록제로 시장 성장 발판 마련해야

현행 특허제도 또한 도마에 올랐다. 면세업은 물품을 직매입해 보세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초기 투자비와 높은 고정비가 필요하다. 또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감염병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크다. 반면 사업자는 15년으로 제한된 특허 기간과 갱신 불확실성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특허수수료 또한 정액제를 운영하는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와는 달리 매출액을 기준으로 누진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변 교수는 현행 특허제도 제정으로 국내 면세 산업의 장기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제약보다는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화와 두산 등 대기업도 면세 진출 후 적자를 이기지 못해 사업을 접었으며 대형 여행사인 하나투어도 1000억원 상당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면세점에서 매달 2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며 “면세업은 자본력 없이 특허만 확보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산업의 지속 성장을 목표로 제도를 설계하며 2023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면세 매출액 1위에 등극했다”며 “공정한 시장 참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 속에서 면세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7월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성태곤 한국관세사회 부회장. [사진=장주영 기자]

산업계 역시 현행 특허제를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사업 지속 가능성은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성태곤 한국관세사회 부회장은 면세 산업에 대해 “특허로 면세업을 주는 등 행정 개입이 존재하면 면세 사업이 좋지 않을수록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일정한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기업이 시장성을 판단해 자유롭게 진입하도록 하고, 사전 규제는 줄이는 대신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성 부회장은 면세점을 K-뷰티·K-푸드·K-패션 등 국산 상품의 해외 진출 창구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중견기업 전용 판매 공간을 확대하고 국산품 판매를 수출 실적으로 인정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계도 비슷한 시각이다. 세미나를 주최한 차 의원은 “온라인 유통 확대는 기존 면세산업의 성장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단기 특허와 경쟁입찰 중심의 구조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중장기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입을 늘리는 제도가 곧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는 아니다”며 “특허 기간과 갱신 심사 기준, 갱신 절차 등이 현재 시장 현실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장기 투자를 계획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 세미나에서 발언 중인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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