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 로고 [사진=오픈AI 제공]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오픈AI가 미국 정부의 사전 검토를 거쳐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GPT-5.6을 공개한다. 프론티어 AI 모델이 정부 승인 절차와 맞물려 공개되는 첫 사례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는 오는 목요일 GPT-5.6 솔(Sol), 테라(Terra), 루나(Luna)를 공개 출시한다. GPT-5.6은 지난달 미국 정부 요청으로 출시가 연기됐던 모델이다. 당시 오픈AI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전체 공개를 미루고 정부에 명단을 공유한 검증된 일부 파트너에게만 접근을 허용했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고성능 AI 모델의 악용 가능성이다.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의 군사·정보기관이 사이버 공격, 생물학, 군사적 활용 등에 프론티어 AI를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익시오스는 미국 상무부가 추가 테스트를 거친 뒤 GPT-5.6의 광범위한 출시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절차다. 이 행정명령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악용할 수 있을 만큼 사이버 능력이 뛰어난 AI 모델을 '커버드 프론티어 모델(covered frontier model)'로 분류하고, 이 등급에 해당하면 개발사가 일반 공개에 앞서 최대 30일간 정부에 접근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며 행정명령 자체도 강제적인 정부 인허가나 사전승인 제도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페이블 5·미토스 5 출시 사흘 만에 접근을 일시 제한했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안 보강 이후 제한을 해제해 1일부터 페이블 5가 단계적으로 일반 사용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두 모델은 근간이 되는 모델은 동일하지만, 페이블 5는 생물학·사이버보안·AI 모델 개발 등 민감한 분야에서 추가 안전장치가 적용된 버전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이번 GPT-5.6 출시는 AI 규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 모델 접근 제한에 이어 오픈AI 모델 출시까지 사전 검토하면서, 프론티어 AI 감독 체계가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새로운 출시 절차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향후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 차세대 모델도 자사 모델이 '커버드 프론티어 모델'로 지정되면 같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 '오래 일하는 능력' 비교 관건
GPT-5.6이 출시되면 기술적으로 관건은 '한 번의 답변'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성능이 계속 올라가느냐'다.
노엄 브라운 오픈AI 리서치 부문 부사장은 3일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 기조연설에서 기존 벤치마크가 단일 점수로 모델을 평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신 모델일수록 테스트타임 컴퓨트(Test-Time Compute), 즉 추론 시점에 투입되는 토큰·시간·비용이 늘어날수록 성능이 계속 향상된다"며 "향후 AI 평가는 비용·토큰·시간을 축으로 둔 스케일링 곡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픈AI도 장기적인 작업에서 성능을 높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앤트로픽 페이블 5가 전 모델과 가장 뚜렷하게 구별되는 지점도 장기적인 작업 성능이다. 긴 개발 작업이나 에이전트형 업무에서 목표를 잃지 않고 루프를 이어가는 능력이 강했다. 사용자가 매 단계 방향을 바로잡는 '스티어링' 부담을 줄였고, 목표와 완료 기준만 주면 스스로 반복·수정하는 방식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안전 필터는 강했다. 바이오 연구, 모델 훈련, 추론 최적화처럼 실제 산업·연구 현장에서 필요한 요청도 민감 영역으로 분류돼 하위 모델로 전환되거나 차단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GPT-5.6도 같은 축에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는 'GPT-5.6 솔'이 코딩, 바이오, 사이버 보안 등 장기 추론 작업에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솔에는 더 오래 깊게 추론하는 '맥스' 추론 옵션과, 단일 에이전트를 넘어 하위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울트라(ultra)' 모드가 도입됐다. 이는 단순 질의응답 성능보다 여러 단계의 계획·실행·검증을 반복하는 장기 루프 기반 작업을 겨냥한 설계다.
이 관점에서 보면 GPT-5.6과 페이블 5의 경쟁은 단순 벤치마크 점수 비교가 아니다. 장시간 작업에서 목표를 유지하는 능력, 더 많은 추론 예산을 투입했을 때 성능이 얼마나 오래 상승하는지, 여러 에이전트가 병렬로 협력할 때 비용 대비 성능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핵심이다.
프론티어 AI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섰다. 더 오래 생각하는 모델, 더 오래 일하는 에이전트, 그리고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정하는 정부 감독 체계가 동시에 경쟁의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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