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 [사진=AF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미국 마이크론이 글로벌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한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력한 메모리 수요로 공장 구축이 촉진되면서 이에 투입될 장비와 부품 등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 등 주요 업체들의 중장기 수주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팹15 인근에 신규 팹 건설에 돌입했다. 이를 지난 4일 공장 증설 기공식을 열고 공식화했다. 총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엔(약 14조원)로 일본 정부가 최대 5360억엔 규모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규 팹의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3만장에서 4만장 수준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론은 이달 착공한 신규 팹을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해당 팹에서는 HBM에 투입될 최첨단 D램과 차세대 메모리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히로시마 투자는 마이크론의 HBM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HBM3E 시장 진입 이후 차세대 제품 양산 기반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면서 이에 투입될 첨단 D램을 양산할 예정이어서다. 최근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두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이 생산능력과 기술 수준을 높이며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서도 D램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투자한 신규 팹 2곳은 각각 2027년 중반과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설비 구축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뉴욕주 클레이에서 1000억달러 규모 메가팹 프로젝트 착공에 들어갔다. 뉴욕 신규 공장은 이르면 2028년 말, 늦으면 2029년 중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D램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라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범용 D램 가격 조정 국면을 지나 AI 서버용 선단 D램과 HBM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 여력이 빠듯해지고 있다. HBM은 한 개 제품에 여러 장의 D램이 투입되는 만큼 같은 서버 수요라도 기존 메모리보다 더 많은 웨이퍼 투입량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HBM 비중 확대는 선단 D램 수급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싱가포르에 HBM 패키징 거점을 짓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월 싱가포르 우드랜드 캠퍼스에서 신규 HBM 패키징 팹 착공에 들어갔다. 투자 규모는 70억달러 수준이다. 해당 팹은 2026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대만 PSMC로부터 인수한 퉁뤄 팹 등을 활용해 HBM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이러한 확장 전략에 따라 마이크론 공급망에 속한 국내 소부장 생태계의 수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도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어, D램·HBM 생산을 위한 설비 수요도 나란히 확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HBM이 메모리반도체의 핵심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비교적 국내 업체 진입이 많은 후공정 분야에서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실제로 HBM용 열압착(TC) 본딩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과 접점을 확대하며 수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에 HBM3용 본더 등 주요 후공정 장비를 납품하며 협력 관계를 다져온 데다, 대만·싱가포르 증설로 관련 수주 규모를 점차 키워 온 덕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이번 마이크론의 대만·싱가포르 증설에 따라 상반기 중 역대급 규모의 수주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HBM4 양산이 다가오면서 관련 장비 납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HBM4용 '본더4'를 선보인 이래 SK하이닉스 등으로 이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밖에 올해 연말 중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차세대 HBM용 본더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반도체 웨이퍼이송장치(OHT)를 제조하는 SFA도 수혜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SFA는 주요 메모리 3사 등에 후공정 팹용 OHT를 공급해 왔고, 올해 역시 마이크론 등 주요 고객사 투자 확대에 따라 관련 수주를 늘려가는 추세다. 이밖에 전공정 부품사인 씨엠티엑스(CMTX), 후공정 테스트 핸들러 장비사 테크윙, 모듈 검사 장비사 펨트론 등에도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투자가 HBM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후공정 부문의 국내 업체들이 상당 수 수혜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HBM을 비롯한 메모리 투자 강세가 향후 2~3년 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후공정 등 국내 소부장 생태계의 수주 확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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