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재정경제부가 SW(소프트웨어) 과업내용 변경 시 계약금액 조정 근거를 국가계약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발주기관과 사업자 간 해묵은 분쟁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취재 현장에서 만난 SW업계의 반응은 결이 달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근본 처방은 아니"라는 얘기가 더 많았다.
과업 변경은 공공 SW사업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발주 이후에도 기술이 바뀌고 정책 이슈가 생기면 요구사항은 계속 늘어난다. 발주 부서와 실제 활용 부서가 다른 경우도 많아 여러 부서의 요구가 뒤섞여 들어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 요구를 감당할 계약 구조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사업비를 총액으로 못 박아버린 총액계약 안에서는 요구사항이 늘어날수록 과업만 불어나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발주기관도 속사정은 있다. 과업변경을 승인했다가 감사나 소송에서 책임을 지게 될까 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약금액 조정을 청구해도 그 책임이 결국 담당 실무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라, 승인을 미루거나 아예 거부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
발주기관 책임을 덜어주는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온다. 계약금액 조정 근거를 법에 새겨봐야 승인 자체를 꺼리는 발주기관 앞에서는 종이 위 문구로 그칠 공산이 크다.
계약금액을 조정할 근거가 생겨도, 그 조정에 적용되는 단가 기준 자체가 부실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물가는 해마다 오르는데, SW 사업대가에 이를 반영하는 논의는 정부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는 매년 고쳐지긴 하지만, 인상률이 물가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오랜 불만이다.
한 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의 "통상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에서 실 대가는 기준치의 40% 수준"이라는 말이 현실을 방증한다.
건설업 기준을 준용한 산정 방식이 SW·AI 사업 특유의 변동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한 SW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협단체에서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자체 대가산정 모델을 개발해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가를 올리면 그만큼 사업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부는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물론 이번 개정을 헛수고라고 할 수는 없다. 계약금액 조정 근거를 법에 못 박은 것 그 자체만으로도 진전이다. 다만 총액계약이라는 틀을 그대로 둔 채 주변만 손보는 방식으로는 과업 변경 문제의 뿌리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총액계약 구조를 아예 뒤집자는 주장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대안 없이 틀만 깨자는 건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업계 안에서 더 우세하다.
그렇다고 총액계약 구조에 대한 논의 자체를 미룰 이유도 없다. 이번 개정은 그 논의의 출발점 정도로 봐야 한다. 정부가 여기서 멈추면 과업변경 문제는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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