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피지컬AI’를 미래 국가 먹거리로 낙점하고 본격 연구개발에 나섰다. 핵심은 피지컬AI 생태계 조성이다. 피지컬AI는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아우르는 복합 생태계를 의미한다.
정부 목표는 전 산업군에 피지컬AI를 도입해 인력 부족 문제와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산업 현장의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다. 산업통상부는 ‘제조 AX(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피지컬AI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관련 과제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피지컬AI 생태계를 연구하고 원천 기술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부는 향후 총 20조원 규모 피지컬AI 투자 구상 아래 국내 전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기술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북과 경남은 피지컬AI 개발의 첫 둥지가 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7일 ‘2026년 경남·전북 AX 연구개발사업’ 공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1조4131억원이 투입된다. 경남에는 6763억원, 전북에는 7368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실무 기관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맡았다.
사업 목표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검증하고, 이를 센서·장비·로봇 등 물리 시스템의 자율제어와 연결하는 피지컬AI 핵심 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과기정통부는 경남의 정밀 제조와 전북의 공장 플랫폼을 연계해 제조 공정의 초정밀 제어와 자율 공장 통합운영 기술을 하나의 피지컬AI 플랫폼으로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5년 PoC 사업 연장선…2026년 메가프로젝트 중 피지컬AI 분야 첫 실전
이번 사업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피지컬AI 원천기술 PoC(실증개념검증)의 성과를 본사업으로 확장한 성격이다. 과기정통부와 NIPA는 지난해 7월 ‘2025년 산업 특화형 피지컬AI 핵심기술 PoC 사업’을 공고했다. 해당 사업은 산업 특화형 피지컬AI 기술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사전 실증을 지원해 글로벌 시장 대응과 피지컬AI 기술주권 확보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피지컬AI가 주목 받기 시작한 이유는 국내 제조업이 가진 강점과 맞물린다. 피지컬AI는 실제 물리환경에서 인식, 판단, 제어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기술이다. 연구실에서 AI 모델만 잘 만든다고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되기 어렵다. 특히 제조 현장은 로봇, 생산장비, 물류 기기, 센서, 작업자 노하우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피지컬AI 성능과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부는 전북·경남 사업을 피지컬AI의 첫 단추로 삼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가장 빨리 실증할 수 있는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 모델,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표준화 체계를 먼저 만들고 이를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정수진 NIPA 지역AX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제조 데이터와 제조 공정 흐름 전반 역량을 갖추고 있는 국가라는 강점이 있어서 제조 분야를 시작점으로 삼은 것”이라며 “피지컬AI를 가장 경쟁력 있는 곳에 먼저 적용해서 모델을 만들고 향후 여타 분야로도 확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경남은 ‘마이크로 혁신’, 전북은 ‘매크로 혁신’
이번 사업은 경남과 전북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구조로 설계됐다. 경남은 ‘정밀 제조’, 전북은 ‘공장 플랫폼’을 맡는다.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 산업의 기초가 되는 ‘뿌리공정’을 AI에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정밀한 제조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렇게 완성된 부품을 조립하고 최종 완성품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공장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 기술도 필수적이다.
두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간다. 경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간-AI협업형 물리지능행동모델(LAM) 개발·글로벌 실증’ 사업은 정밀 제조 공정 단위의 초정밀 제어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열역학, 유체역학 등 복잡한 물리법칙을 AI 모델에 반영하는 물리법칙 내재화 기술(PINN)을 확보한다. 실제 공정·장비·센서 데이터를 융합해 정밀 제어가 가능한 고신뢰성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실제 행위를 수행하는 LAM을 개발·실증한다.
전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협업지능 피지컬AI 기반 SW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은 공장과 물류 시스템 전체를 연결·운영하는 자율 지능 공장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공장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이기종 로봇’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즉 이기종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공장 내에서 충돌 없이 협력하도록 공장 운영체제(SDF-OCS)와 표준 소프트웨어 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본부장은 “경남은 부품 공정 기업이 상당히 많고 중견기업 이상의 뿌리공정 기업 중 가공 쪽에 특화된 기업들이 많다”며 “자동차 부품, 용접이 필요한 제품 등 관련 기업이 모여 있어 해당 분야 문제를 피지컬AI로 해소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에는 자동차 상용 공장이 있고 이에 수반된 협력사 기업들이 몰려 있어 공장 운영이나 유연 생산이 가능한 기업이 많다”며 “피지컬AI 기술 관점에서는 두 지역의 데이터와 제품에 차이가 많아 구분해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업은 별개로 떨어진 사업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통합되는 구조다. 제품을 팔 때 모듈별로도 팔고 풀패키지로도 파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북과 경남이 추구하는 각각의 결과물은 다른 형태지만 나중에 통합되면 공장 안의 가공 기술 레벨까지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공장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피지컬AI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새롭게 정의할 핵심 기술이며 이번 사업은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인 피지컬AI를 구체적인 연구개발로 실현하는 첫 출발점”이라며 “산·학·연의 혁신 역량을 결집해 제조 공정부터 공장 운영까지 AI가 주도하는 K-피지컬AI 기반 제조 혁신 모델을 만들고 이를 세계 시장으로 확산시켜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 경쟁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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