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12일 광화문 광장에 월드컵 응원을 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인 모습. [사진=장주영 기자]
2026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32강 진출에 실패한 것을 계기로 낡은 체육계의 카르텔과 불투명한 행정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케이(K)축구혁신위원회'가 6일 출범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확정한데 따른 것으로, 최휘영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이영표 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인과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축구팀의 32강 진출 실패 원인을 조직과 인사 실패로 분석하면서 문체부에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혁신위는 K-축구의 거버넌스와 유소년 선수 육성,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 등의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버넌스는 대표팀 감독 선출 과정과 책임 문제를 결정하는 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구조 개혁을 통해 한국 축구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혁신위 출범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사안이긴 하지만 축구협회 개혁을 계기로 국방부와 병무청은 예술·체육요원을 비롯해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했으면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에 대비, 특례제도 즉 대체복무제 인원을 대폭 줄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병역특례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3년의 일이다. 한국 홍보 책자에 고궁 앞에서 장구춤을 추는 사진이 등장하던 때였다.
당시 병역특례제 도입 취지는 국위 선양이었는데 50여년 전과 지금의 대한민국 국가 위상은 천양지차다. 음악·드라마 등 K컬처는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핵심 소프트파워다. 우리나라는 미국 매체가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순위에서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제·군사·문화 강국이다.
병역특례 제도와 관련한 형평성, 공정성 논란은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8년에 집중 제기된 바 있다. 축구대표팀이 우승해 혜택을 받는 선수들이 나왔는데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에게는 혜택이 없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병역법에 의해 예술요원 병역특례제는 순수 예술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대중예술은 법을 손질하지 않는 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북중미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멕시코 현지에서 진행된 한국 축구대표팀 공개 훈련 영상에 나온 부적절한 발언도 병역특례와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취재진인 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손흥민 선수를 향해 "군대도 안 갔다왔다"라거나 "군대의 군자도 모른다"는 등의 조롱성 발언을 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손흥민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회에서 우승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체육 병역특례제는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목에 걸면 대상이 돼 4주간의 기초군사 훈련만 받으면 된다. 기초군사 훈련 이후에는 34개월 내에 544시간의 의무봉사 활동을 하게 돼 있다. 예술 분야도 같다. 예술요원은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악 한국무용 등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5년 이상 국구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이수자가 대상이다.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특례를 받는 숫자는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편이다. 연간 최대 50명 이내다. 예술 분야 병역특례 1호는 정명훈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체육 분야는 1976년 몬트리얼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다.
1973년 제도 도입 이후 2024년 6월까지 병역특례를 받은 체육 선수는 총 1079명이라고 한다. 한 해 선발되는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규모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체육 분야 병역특례자 중에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축구에서 금메달을 딴 당시 국가대표 J선수가 폭설이 내린 날 모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사진을 허위로 제출했다가 뒤늦게 적발돼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야구선수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에 진출한 이후 국가대표 부름을 받았지만 호응하지 않아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 방송사에 출연한 자리에서 미국 소속 구단의 거부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런 논란이 계기가 되어서인 지는 모르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년 이사회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선수는 그 때부터 5년 이내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태극 마크의 긍지와 사명감 또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조치로 보인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서 어떤 종목이든 금메달을 따게 되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는 만큼 선수들은 기대감을 갖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선전을 기대한다.
대표선수로 발탁되기만 하면 경기에서 뛰지 않아도 출전 선수와 똑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이를 악용해 지연·학연 등 감독과의 인연을 계기로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대표팀으로 기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대표를 선발한 구체적인 기준과 과정 및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대외에 공개해 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체육 분야에서 수영이나 다이빙, 육상 같은 종목은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종목 간 형평성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예술·체육요원에 비해 조명을 덜 받는 분야는 이공계 병역특례 혜택이다.
2024년 6월 현재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문연구요원 2500명,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교 출신 등이 대상인 산업기능요원은 4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기업체 부설 연구소 등에서 봉급을 받고 출퇴근하면서 생활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예술·체육병력특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편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체육 요원은 인원이 50명 이내인 점을 고려해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은 대상 인원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다.
군 복무 기간을 1개월 단축하면 매년 1만명 정도의 추가 병역 소요가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1970년대의 군 복무 기간은 30개월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18개월로 대폭 줄었다.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술·체육요원의 경우 기초군사훈련 이후 의무 봉사 활동을 제대로 하는 지, 현미경 검증을 해야 한다.
해외 프로팀에 진출하게 되면 온라인 강의 등으로 봉사 활동을 대체하기도 한다. 그럴 바에는 현역 시절에는 운동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은퇴 이후 체육지도자 등으로 봉사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은 첨단과학 기술 중심의 군 구조 개편에 발 맞춰 인원을 줄이는 대신 드론이나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집약형 부사관 등으로 활용하게 하면 어떨까. 첨단과학기술군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병역특례 제도는 기본적으로 군 인력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병역특례 제도의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내기 바란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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