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뉴스

[오승호 칼럼]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 절반으로 축소해라

대학을 특정 시·도에서 광역화하고, 해당지역에서 고교만 나와도 혜택줘야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책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수도권 과밀 해소로 지방 소멸을 막고 국가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는 참 복잡하다. 세밀하게 들여다 보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이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비(非)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응시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의해 2018년 처음으로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 채용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의무 채용 비율은 18%였다. 그 이후 1년에 3%포인트씩 증가해 2022년에는 30%로 상향 조정됐다.

의무 채용 비율은 최저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할당제로 뽑힌 인원은 더 많을 수 있다.

문제는 혁신도시법에 의해 지역 인재를 뽑을 때 응시자의 출신 대학을 특정 시·도로 제한한다는 사실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있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에 응시했다면 전남광주특별시에 있는 대학 출신자만 할당제 혜택을 받는다.

혁신도시가 있는 지자체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해도 대학은 다른 지자체에서 다녔으면 지역인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해도 대학만 혁신도시에서 나오면 그만이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우수한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타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귀환하려는 인재는 차별받는 셈이다.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고향에 대한 애착이 약해지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방대육성법에 의한 지역인재 할당제는 좀 나은 편이다. 공공기관 소재지와 상관없이 비수도권 대학만 나오면 지역인재에 해당된다. 2017년부터 권고 사항으로 시행하다 2024년 5월 법 개정에 의해 35% 할당제를 의무화했다. 지방대육성법을 적용하는 지역인재 채용도 초·중·고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에서는 혁신도시법과 마찬가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공공기관 184곳의 신입 직원 1만 7800여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 비율은 71.3%나 됐다. 법정 의무 채용 비율 35%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권고에 그쳤던 2024년에는 64.5%였다.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 채용과 달리 비수도권이면 전국 어디에서 대학을 나왔더라도 할당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공공기관들 가운데는 지방대 출신들에게 서류전형이나 면접 등에서 30%의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역인재에 해당되지 않는 응시자들에 비해 훨씬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 채용 비율 30%를 훨씬 웃도는 인원을 충원하는 결과도 낳는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 채용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제기된 바 있다. 특정대학 출신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의무 채용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한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2025년 10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H가 공공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우수 인재 확보가 중요한데 지역인재 할당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의 인재를 일정 비율 채용해야 하는데 특정 대학 출신이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지역인재의 구분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확대해 나눠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어떤 국회의원은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을 50%로 높여야 청년들의 지방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가 도입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신규 채용된 지역인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공단은 전북대 출신이 74%나 됐다. 또 LH는 경상대(67%), 한국전력공사는 전남대(59%),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산대(58%), 한국도로공사는 경북대(49%) 출신이 주를 이뤘다. 혁신도시에는 153개 공기업이 있는데 다른 공공기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정대학 출신들이 파벌을 형성하게 되면 공공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이 다양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조직 혁신을 이룰 수 있고,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혁신도시 지역인재 채용 방식은 국가공무원시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역과 지방을 사전적 의미로 구분해 지역인재를 폭넓게 적용한다. 지역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도 포함하는 개념이고 지방은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본다.

혁신처는 4년대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지역인재 7급 추천채용을 실시하는데 대학 소재지를 따지지 않는다. 지역별 균형 합격을 위해 특정 시·도 합격자가 1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를 손질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가령 규모가 큰 공공기관은 소재지와 상관없이 비수도권 출신 대학으로 확대할 수 있다.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위해 일정 비율 만큼은 수도권 대학 출신 중에서 추천받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지방에서 고교를 다니고 수도권 대학을 다닌 사람도 지역인재다.

대학과 초·중·고교를 나눠 채용하는 혼합방식도 있다. 지역인재 할당 인원의 일정 비율은 공공기관 소재지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사람을 채용하는 방법이다.

지역균형발전이 화두다. 공공기관이 지역 발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