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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하프타임] ⑧ 인텔·AMD·퀄컴 삼파전에 엔비디아의 ‘틈새 공습’…AI PC 제국 재편

[MOVIEW] 메모리·파운드리 변수가 부른 AP 제국의 균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테크 시장은 AI 공급망의 독점 심화와 지정학적 규제가 맞물리며 유례없는 격변기를 보냈습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 디지털산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후방 부품 산업의 변화가 전방 완제품과 플랫폼 생태계의 거시적 헤게모니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현장의 생생한 팩트와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가치사슬의 성과를 냉정히 결산하고 하반기 주도권 향방을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Qualcomm)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6 기조연설 첫 무대에 올라 6G를 단순한 통신 규격이 아닌 AI 혁명을 완성할 최후의 퍼즐로 정의했다. [사진=김문기 기자]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그간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시장은 정해진 규칙대로 흘러왔다. 스마트폰은 퀄컴이 잡고 있었고, 노트북은 인텔과 AMD가 지배하는 x86 진영이 양분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기기 안에서 직접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 단단했던 제국의 주도권 싸움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문서 작성을 돕는 수준을 넘어 사람처럼 생각하고 비서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를 매끄럽게 돌리기 위해 각 진영이 서로 교차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 시장을 흔든 퀄컴을 겨냥해 전통의 강자인 인텔과 AMD가 반격에 나섰고 AI 시장에서 세력을 키운 엔비디아까지 PC 출사표를 던지면서 하반기 프로세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불타 올랐다.

6월 2일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 후 질의응답 세션에서 답하는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

◆ 퀄컴이 쏘아 올린 공…인텔·AMD의 매서운 반격

올해 경쟁의 시작은 퀄컴이 열었다. 퀄컴은 스마트폰 칩을 만들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력은 적게 쓰면서도 인공지능 연산은 압도적으로 빠른 Arm 기반의 ‘스냅드래곤 X2 엘리트와 플러스’를 선보였다. 80 TOPS(초당 80조 번 연산)에 달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앞세워 인텔과 AMD의 안방이던 윈도우 노트북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상반기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한 퀄컴은 하반기를 겨냥해 보급형 라인업인 ‘스냅드래곤 C 시리즈’를 기습적으로 추가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6 AI PC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퀄컴은 300달러대 중저가 노트북에서도 끊김 없이 AI 에이전트를 구동하게 만들어 인공지능 PC의 표준 규격을 자신들의 이름으로 선점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전력 효율을 무기로 스마트폰 생태계를 지배했던 퀄컴이 PC 시장의 권력까지 통째로 쥐려는 움직임이다.

인텔과 AMD 역시 상반기의 부진을 씻기 위해 하반기 사활을 걸었다. Arm 아키텍처의 거센 추격에 맞서 x86 프로세서의 자존심을 건 세대교체 칩셋을 나란히 전면에 내세웠다.

인텔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6에서 최초로 선보인 차세대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Panther Lake,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를 하반기 시장에 대대적으로 투입한다. 팬서 레이크는 인텔의 최신 선단 공정인 '인텔 18A(2나노급)' 공정에서 최초로 양산되는 제품이다. 약 50 TOPS 성능의 최신 NPU 5 아키텍처를 결합해, 구동 전력은 대폭 줄이면서도 AI 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AI PC 시장에서 인텔이 뒤처졌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레노버 등 주요 완제품 제조사들과의 SCM 연대를 다각도로 강화하고 있다.

AMD도 만만치 않다. AMD는 리사 수 CEO가 진두지휘한 '라이젠 AI 400 시리즈'를 앞세워 하반기 수주전에 뛰어 들었다. 최대 60 TOPS에 달하는 2세대 XDNA 2 NPU와 RDNA 3.5 내장 그래픽 성능을 하나의 SoC에 통합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MD가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기가바이트, 레노버 등 6대 메이저 OEM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499달러부터 시작하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하반기 AI PC의 물량 공세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과 AMD 모두 굳이 호환성이 낯선 Arm 기반 노트북으로 넘어가지 않아도, 기존 윈도우 환경에서 가장 완벽한 AI 에이전트를 쓸 수 있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세트 업체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RTX 스파크 [사진=엔비디아 키노트 캡쳐]

◆ 엔비디아 'RTX 스파크'의 공습, 게임 체인저 또는 찻잔 속 태풍

인텔, AMD, 퀄컴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자체 PC 칩인 ‘RTX 스파크(Spark)’를 들고나오면서 업계 긴장감을 일시에 키웠다. 칩 하나에 128GB의 초고속 통합 메모리와 6,144개의 블랙웰 GPU 코어를 탑재한 괴물 같은 스펙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손잡고 윈도우 온 암(Windows on Arm) 생태계에 새로운 충격을 던질 것이라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스파크가 높은 연산 성능을 자랑하지만, 모바일 기기가 감당하기 힘든 TDP 140W 수준의 전력소모와 발열, 높은 부품 단가로 인한 한계가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128GB 통합 메모리 기반의 RTX 스파크 시스템 완제품 가격이 최소 3,000달러(약 400만 원) 이상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엔비디아의 칩은 일반 소비자들이 카페나 사무실에서 가볍게 쓰는 대중적인 AI 노트북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충전기 없이는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가격마저 높은 노트북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엔비디아 스파크는 대중 시장을 장악하기보다, 고성능 생성형 AI 모델과 독자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 생태계를 로컬 환경에서 직접 돌려야 하는 연구원이나 특수 영상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포터블 AI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좁은 특수시장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리사 수 AMD CEO [사진=김문기 기자]

◆ 메모리 쇼티지와 파운드리 수율이 짠 덫

인텔과 AMD, 퀄컴, 엔비디아 경쟁의 핵심 승부처는 다름 아닌 부품 조달과 미세 공정 파운드리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칩 아키텍처를 설계했더라도 이를 웨이퍼로 찍어내고 메모리를 제때 얹지 못하면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PC 프로세서 진영은 '메모리 쇼티지'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특히 칩셋과 초고속 가속 메모리를 바짝 붙여야 하는 AI 프로세서 특성상, 대중적인 LPDDR5X와 고성능 그래픽용 GDDR7 단가 폭등은 고스란히 칩셋 공급 단가 압박으로 이어진다. 엔비디아가 하반기 주력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 생산 계획을 부품 부족으로 일부 조정한 팩트나, 퀄컴이 대량 조달 단가 상승으로 마진율 방어에 고심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파운드리의 미세 공정 수율 역시 하반기 출하량을 결정짓는 열쇠다. AMD와 퀄컴은 안정성이 검증된 대만 TSMC의 N4P 및 3나노 공정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반면, 인텔은 독자적인 제조 경쟁력 회복의 사명을 띠고 ‘인텔 18A’ 공정을 직접 가동했다.

최근 대만계 공급망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의 첫 18A 기반 노트북 칩인 '팬서 레이크'와 '원 캐트 레이크'가 초기 양산 수율 안정화 단계에서 예상보다 타이트한 출하량을 보이면서 일부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하반기 초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인텔은 최근 VLSI 심포지엄에서 차세대 고도화 공정인 '18A-P'의 리스크 프로덕션 진입 소식을 알리며 기술 완성도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중이다. TSMC 역시 하반기 2나노(N2) 공정의 본격 양산 스케줄을 확정 지으며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하반기 프로세서 전쟁은 외형상 4파전의 구도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중 시장의 패권은 인텔, AMD, 퀄컴의 치열한 삼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전문가 영역이라는 확고한 영토를 구축한 가운대, 일반 소비재 시장에서는 부품 단가 인상과 파운드리 수율 장벽을 넘어서 '누가 가장 전력을 적게 먹으면서, 발열 없이 상시 구동형 AI 에이전트를 오래 돌릴 수 있는가'라는 효율성 싸움으로 수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완제품 시장은 대중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합리적인 판가와 부품 공급망 확보 능력을 증명하는 칩셋 진영이 최후의 소프트웨어 주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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