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이 현실 공간에서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언어와 이미지를 이해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제조·농업·국방·돌봄 등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AI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전략은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한 피지컬 AI 정책 추진 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29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해당 전략을 비공개로 의결했다.
정부가 피지컬 AI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AI 경쟁 무대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물리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피지컬 AI는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예측과 추론을 거쳐 현실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AI를 뜻한다. 제조 공정 최적화, 재난 현장 대응, 국방 후방지원, 돌봄 보조, 농업 자동화 등 사람과 기계가 함께 움직이는 현장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과기정통부는 피지컬 AI를 생산성 정체, 인구 절벽, 재난·안보 위기, 지방 소멸 등 사회·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이자 핵심 주권기술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AI 칩, 모델, 하드웨어를 묶은 풀스택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고 중국도 AI 모델·반도체·로봇 등 핵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3년을 피지컬 AI 경쟁의 골든타임으로 제시했다.
정부 목표는 2028년까지 ‘피지컬 AI를 수출하는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최고 수준 피지컬 AI 풀스택 기술 확보’ ‘제조·농업·국방·돌봄 등 전 영역 확산’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추진 전략은 데이터, 기술, 확산, 생태계 등 4대 축으로 구성됐다.
◆ 범정부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실데이터·합성데이터 함께 관리
첫번째 축은 데이터다. 정부는 피지컬 AI 경쟁력의 핵심을 실제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보고, 범부처 피지컬 AI 데이터 확보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는 부처별·분야별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도 AI 학습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 사업에서 생성되는 로봇 행동데이터 등 범용 데이터와 제조·모빌리티·농업 등 분야별 특화 데이터를 범정부 데이터 라이브러리에 집적한다. 단순 저장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유효성 검증, 상호운용성 표준 제정, 품질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
기업이 필요한 범용 행동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실증에 활용할 수 있는 개발 환경도 제공한다. 제조 현장 행동 데이터, 모빌리티 운행 데이터, 농업 자동화 데이터 등 특화 데이터는 피지컬 AI 모델 학습과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 기반으로 수집·제공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피지컬 AI가 단순 소프트웨어 모델만으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공장, 물류, 농업, 돌봄 환경에서 로봇과 장비가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학습하려면 물리적 행동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함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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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모델·월드모델·컴퓨팅 플랫폼 확보…전북·경남 공장 실증 연계
두번째 축은 기술이다. 정부는 피지컬 AI를 해외 선도국 기술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3대 공통 기반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월드모델, 온디바이스 컴퓨팅 플랫폼이다.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사람처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장기 작업과 정밀 조작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을 의미한다. 정부는 단순 작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기본 행동지능에서 출발해, 단기 행동계획 수립과 다양한 물성 상호작용, 장기 작업계획 수립과 정밀 양손 작업 수행으로 기술 수준을 높여간다는 구상이다.
월드모델은 세상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해 AI 학습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정부는 우선 2027년까지 물류·제조 등 실내 환경에 최적화된 월드모델을 개발하고 이후 범용 월드모델 개발로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LG전자, 마음AI, KT, 카이스트, 서울대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월드모델 중심 기반기술 확보에 착수했다.
컴퓨팅 플랫폼은 피지컬 AI 모델이 로봇이나 장비 등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지연 없이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초저지연·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기반 컴퓨팅 플랫폼 개발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이 같은 핵심기술을 지역 제조 현장 실증과 연결한다. 경남에서는 제조 장비가 공정 상태를 예측하고 스스로 최적 제어하는 자율 정밀제조 기술을 확보해 가전·자동차·방산 등 부품 제조산업에 적용한다. 전북에서는 공장 상황 변화에 맞춰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유연 생산하는 공장 운영 운영체제(OS) 기술을 확보해 자동차 분야 협업지능 공장 구현에 활용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전북과 경남에서 로봇, 센서, 통신, 액추에이터 등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를 통해 피지컬 AI 풀스택 기반 첨단 공장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공정 완전 자율화 기반을 마련하고, 성과를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피지컬 AI 디바이스 기술 확보도 병행된다. 양계용 로봇, 수상 드론 등 목적 기반 디바이스 개발·실증과 함께 가정·제조 현장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핵심기술 및 양산 기반 확보도 추진한다. 로봇·기기 간 통신에 필요한 저지연·고신뢰 네트워크 기술과 피지컬 AI 시스템·휴머노이드 전주기 보안 기술도 개발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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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국방·돌봄·농업까지 확산…법·투자·인재 생태계도 정비
세번째 축은 확산이다. 정부는 피지컬 AI가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도록 부처별·분야별 수요를 발굴하고 필요한 기술을 신속하게 실증·상용화할 수 있는 범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우선 2026년부터 국민 체감 분야를 중심으로 개별 작업·공정 단위의 피지컬 AI 핵심기술 실증·적용을 추진한다. 공공 분야에서는 재난·안전, 국방, 돌봄이 주요 대상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환경에서 부처 간 합동 운용이 가능한 피지컬 AI를 개발·실증해 인명 구조 등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국방 분야에서는 물류·보급 등 후방지원과 정찰, 대량살상무기 탐지·제거 등 위험 임무 대체를 목표로 한다.
돌봄 분야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돌봄 행위를 직접 수행하거나 보조하는 피지컬 AI 개발·실증을 추진한다.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가 반영된 과제다.
산업 분야에서는 농업, 모빌리티, 제조가 핵심이다. 농업에서는 로봇·드론 기반 노지 농업 무인 자율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차·드론·도심항공교통(UAM)·이동로봇 등 AI 모빌리티 상용화를 지원한다. 제조 분야에서는 중소기업 대상 로봇 활용 스마트공장 선도모델을 구축하고, 업종·지역·공정·공급망 단위로 확산하는 방안이 담겼다.
마지막 축은 생태계다. 정부는 기술개발, 실증·상용화, 산업 육성을 종합 지원하는 법적 기반 마련을 추진한다. 피지컬 AI 학습과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집중 지원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국민성장펀드와 과기정통부 정책펀드, 모태펀드를 활용해 주력산업의 피지컬 AI 전환 프로젝트와 장기·도전형 투자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민관 합동 20조원을 투자하고 경제적 부가가치 100조원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인재 양성은 실무인재와 고급인재를 모두 포괄한다. 단기교육과 직무전환을 통해 피지컬 AI 활용 인력을 키우고, 모델 개발 역량을 갖춘 박사급 고급인재까지 양성하는 전방위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도 주요 과제다. 정부는 국제기구 협력과 전문연구실 지원을 통해 표준 선점을 추진하고, 피지컬 AI와 로봇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개발도 검토한다. 위험 시나리오 기반 안전성 확보 기술 고도화와 제도 기반 구축도 병행된다.
산학연 협력체계도 확대된다. 지난달 19일 출범한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 등을 통해 모델, 솔루션뿐 아니라 통신망, 시스템 통합, 데이터센터, 보안, 운영까지 포괄하는 피지컬 AI 토탈 솔루션 플랫폼으로 확대·개편한다. 정부는 엔비디아 등 해외 연구기관·기업과 국제공동연구, 인력교류, 글로벌 전시회 개최도 추진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피지컬 AI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산업 중 하나로서 국내에는 양질의 데이터와 최적의 현장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대한민국을 피지컬 AI 1강으로 만드는 것이 결코 도전적이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선도 국가인 미국과 중국 등의 기술력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만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 확보, 파운데이션 모델·월드모델·컴퓨팅 플랫폼 등 근간 기술, 통신망과 보안을 아우르는 국산 기술 기반 피지컬 AI 풀스택 체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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