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책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증가 속도는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고, 전체 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번째로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30일 발표한 주요국 상장사의 한계기업 추이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미국(3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17년 11.8%에서 15.8%포인트 상승해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한계기업 비중 증가 폭은 우리나라에 이어 미국이 21.2%에서 30.7%로 9.5%포인트로 두 번째로 높았다. 그 다음은 프랑스 5.5%포인트, 영국 2.8%포인트, 독일 2.3%포인트, 일본 1.9%포인트 순이다.
한계기업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현상과 완화적 통화 정책이 한계기업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2017년 이후에는 미·중무역분쟁과 코로나19 등의 충격을 거치며 더 심화됐다는 것이다.
한계기업은 비중이 커질수록 정상기업의 고용이나 설비투자 또는 생산성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옥석을 제대로 가려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생산성이 낮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 정부나 금융회사의 지원 등으로 연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한경연의 분석을 보면 당해 연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41.8%, 2024년 43.7%, 2025년 43.9% 등으로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미국(44.0%)과 비슷하고 프랑스(40.1%), 영국(36.7%), 독일(27.0%), 일본(9.8%)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한계기업은 대기업 보다는 소규모 기업에 많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채권은행 '2025년 정기 신용위험 평가'에 따르면 부실징후기업(신용등급 C,D)은 221개로 대기업 17곳, 중소기업 204곳이다. 부동산 업종이 38곳으로 가장 많다.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은 117개나 된다.
5대 은행(KB국민, 산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지난 5월 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이 0.73%로 전체 평균(0.51%)을 웃돌았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2025년 말 0.50%에서 올해 4월 말 0.65% 등으로 상승 속도가 빠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금리 상승기에 즉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전성이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올들어 1~5월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무려 1726건이나 된다. 건설업은 내수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부동산업이나 임대업 등을 하는 기업의 자금 부담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단순한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증시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월 42.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제조업에서 반도체 취업자 비중은 4% 정도로 취업유발계수가 낮다.
매출 증가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의 낙수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경태 부연구위원의 최근 연구자료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정상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0.17!0.18%포인트, 고용 증가율은 0.14~0.17%포인트 각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자원은 소수의 대형 한계기업에 묶여 있기 때문에 부실기업의 피해는 정상 중소기업에 집중된다고 한다. 대형 한계기업에 묶인 자원이 중소기업의 투자나 고용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삼전닉스'의 그늘에 가려 부실기업 정리에 소홀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원 등으로 부실기업이 존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은행 등 채권단에 의해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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