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의 불똥이 증권업계로 번지고 있다. 중앙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과 전자단기사채 등을 증권사들이 인수·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 위험을 충분히 고지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계열사에 대해 최근까지 ‘매수’ 의견을 유지한 증권사 리포트도 도마에 올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JTBC가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관 증권사들이 실사를 제대로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셀다운(재매각)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재무 위험과 유동성 위험 등을 충분히 알렸는지도 점검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발행물 주관사에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양증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JTBC의 재무 상황은 애초부터 좋지 않았다. 지난해 말 JTBC의 연결 기준 결손금은 7033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 190억원의 37배가 넘는 규모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2026~2032년 올림픽과 2030년까지 월드컵 중계권을 약 7000억원에 확보한 뒤 재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무 부담이 더 커졌다. JTBC는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는 중앙그룹 전반으로 확산됐다. JTBC와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중앙일보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불완전판매 의혹에는 선을 긋고 있다. 15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를 주관한 키움증권 측은 “투자 권유 없이 고객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투자했다”며 “관련 법규와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판매가 이뤄졌고 불완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도 “주관한 물량을 개인에게 직접 셀다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점검은 아직 초기 단계다. 당장 증권사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불완전판매 정황이 확인될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제재나 과징금 처분으로 번질 수 있다.
채권 발행·판매 과정에 대한 책임론과 별개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그룹 사태가 투자자 손실 우려로 번지면서 증권사의 판매 관행뿐 아니라 리서치센터의 투자의견 관행도 함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최근 한 달 사이 ‘매수’ 의견을 담은 투자보고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보고서에서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1만3000원으로 유지했다. 콘텐트리중앙이 1분기 16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나온 보고서였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도 잇따라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높은 부채비율 등을 감안해 목표주가는 낮췄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 리서치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채권 판매 과정의 적정성뿐 아니라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기업의 재무 위험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를 함께 묻는 계기가 됐다”며 “투자자 신뢰 측면에서 증권업계가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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