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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현 넥슨 대표 "AI 시대 경쟁력은 '맥락 자본'…시간이 만든 신뢰가 무기"

6월16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 26' 기조강연에서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학범기자]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인공지능(AI)으로 게임 개발의 장벽이 낮아질수록 게임사가 쌓아온 '맥락 자본(Contextual Capital)'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누구나 같은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구현 능력만으로 차이를 내기 어렵고, 이용자와 함께 축적한 시간과 신뢰가 지속 가능성을 가른다는 설명이다.

16일 강 대표는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26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 기조강연에서 "AI가 구현의 장벽을 빠르게 낮추면서 경쟁의 무게중심이 구현에서 맥락의 깊이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였다. 강 대표는 8년 전 같은 무대에서도 "재미의 본질은 구현 바깥에도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올해 같은 질문을 다시 꺼내들면서 "오늘날에는 구현이라는 장벽 자체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며 "그렇다면 본질은 이제 어디로 가는지가 오늘의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6월16일 'NDC 26' 기조강연을 진행 중인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 [사진=이학범기자]

강 대표는 구현이 쉬워지는 흐름이 이미 게임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 2015년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약 2800개였지만, 오는 2025년에는 약 2만개로 늘었다"며 "10년 만에 출시작은 7배로 증가했지만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은 게임은 전체의 3%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급이 늘어날수록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강 대표는 "이용자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며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는 믿을 수 있는 곳에 머문다"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PC·콘솔 게임 플레이 시간의 약 57%가 출시된 지 6년 넘은 게임에 몰려 있다"고 짚었다.

강 대표는 이 같은 경쟁 환경을 AI가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고 봤다. AI를 활용하면 코드 작성, 이미지 제작, 프로토타입 구현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같은 도구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구현 자체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과거 사용 엔진 보급으로 경쟁의 무게 중심이 아트와 콘텐츠 완성도로 옮겨가고, 디지털 유통 확산으로 개발보다 발견되고 선택받는 일이 중요해졌듯 AI 시대에도 경쟁의 축이 다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환경이 바뀌면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며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의 무게 중심은 맥락으로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강 대표가 말하는 맥락은 개발자가 다져온 노하우와 감각, 이용자들이 맺어온 관계와 추억, 커뮤니티가 만든 문화처럼 게임을 둘러싸고 쌓인 경험의 총합이다. 그는 이를 '맥락 자본'이라고 정의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 [사진=이학범기자]

강 대표는 "범용 AI에 '메이플스토리' 모자를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면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모자가 나온다"며 "하지만 메이플스토리가 쌓아온 스타일 가이드와 이용자 취향 데이터 위에서 같은 주문을 넣으면 메이플스토리다운 모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듯 AI 모델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어도 시간이 쌓아 올린 맥락은 돈으로 살 수 없다"며 "오직 시간으로 쌓이는 것이 AI 시대의 진짜 자본"이라고 덧붙였다.

맥락 자본은 개발사뿐 아니라 이용자 측에도 쌓인다고 설명했다. 만드는 쪽에서는 수년, 수십년간 한 장르와 지식재산권(IP)을 다루며 축적한 미학과 판단의 감각이 맥락이 된다. 즐기는 쪽에서는 이용자 간 관계, 커뮤니티가 함께 기억하는 사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감정이 맥락으로 남는다.

다만 강 대표는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게임이 저절로 자산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금융의 단리와 복리 개념을 빌려 "전작에서 배운 것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단리에 머문다"며 "전작의 경험이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게임 안의 경험이 게임 밖으로 번져 나가야 복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용자와 함께 맥락을 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용자는 게임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게임 안에서 살아간다"며 "우리가 코드로 만드는 것은 그 삶이 펼쳐질 무대였을 뿐, 삶 자체는 유저가 채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용자와 함께 보낸 삶의 총합은 그 어떤 경쟁사도, 그 어떤 AI도 복제할 수 없다"며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 게임 안에서 함께 보낸 삶의 총합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 [사진=이학범기자]

강 대표는 오늘날 경쟁해야 할 개념으로 두 가지 AI 개념을 제시했다. 하나는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그리며 구현 비용을 낮추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다른 하나는 이용자와 함께 보낸 시간, 운영하며 쌓아온 판단, 커뮤니티가 만든 문화가 복리로 이어진 축적된 지능(Accumulated Intelligence)이다.

강 대표는 "첫 번째 AI는 강력하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 평등함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차이를 내기 어렵다"며 "우리가 들어야 할 무기는 첫 번째 AI를 누구보다 잘 쓰면서 그 위에 두 번째 AI를 두텁게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맥락의 복리, 시간이 만드는 경쟁력이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에 우리가 들어야 할 답"이라며 "NDC 역시 매년 서로의 맥락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다른 팀의 맥락을 배우고 각자의 맥락을 나누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NDC 26은 넥슨이 주최하는 게임산업 지식 공유 행사로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3일간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다. 올해는 AI를 비롯해 게임 기획·프로덕션·운영·데이터 분석 등 총 9개 분야 51개 세션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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