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트코인]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비트코인이 6만700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요 금융자산 편입의 핵심 논리였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이 약세를 이어가며 ‘디지털 금’이라는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6만6667달러(약 1억13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1년간 36% 하락했고,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약 1억9152만원)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수단 역할에 대한 의구심은 최근 거시경제 환경에서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자산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서는 최근 2주 동안 25억달러(약 3조8000억원)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도 약세를 이어갔다.
캠 하비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을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보고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대형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암호화폐 지지자로 알려진 마크 큐반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비트코인이 방향성을 잃었다”며 보유 물량 대부분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 당시 금 가격은 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은 반대로 움직였다”며 “비트코인은 기대했던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청산 규모는 약 15억달러(약 2조2800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시장 전반의 하락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는 점만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공급이 제한돼 있더라도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실수요보다 투기적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물가 상승 국면에서 기대만큼의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투기나 가치 저장 외에 뚜렷한 활용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제한된 공급량만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논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ETF와 파생상품 시장 확대가 비트코인의 희소성 논리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 자체의 발행량은 제한돼 있지만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과 파생계약이 늘어나면서 공급 제한의 의미가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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