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오픈AI 로고. [사진=앤트로픽·오픈AI]
[디지털데일리 구아현 기자] 앤트로픽과 오픈AI, 두 인공지능(AI) 기업의 상장이 임박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오픈AI도 비공개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최초의 대형언어모델(LLM) 상장주' 타이틀을 놓고 두 회사가 처음 맞붙는다.
오픈AI는 최대 1조달러(약 1390조원) 기업가치로 이르면 오는 9월 상장을 목표로 한다. 앤트로픽은 최근 1조달러에 가까운 기업가치(9650억달러)로 650억달러를 조달했다. 오픈AI는 지난 3월 852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앤트로픽이 오픈AI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 앤트로픽, B2B 시장 공략 가속… 오픈AI 뒷따라
두 회사의 경쟁의 핵심 변수는 기업간거래(B2B) 전략이다. 앤트로픽은 창업 초기부터 기업 시장에 집중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창업진은 2021년 오픈AI를 떠날 때부터 소비자 앱 대신 기업 API를 택했다. API 안정성과 보안 신뢰를 앞세워 기업 IT 구매 결정권자를 먼저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매출의 약 80%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지난 5월 47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90억달러에서 불과 5개월 만에 5배 넘게 뛰었다.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쓰는 기업 고객은 지난 2월 500곳에서 4월 1000곳으로 두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핵심 엔진이다. 2026년 초 연간반복매출(ARR) 25억달러를 넘어섰다. 멘로벤처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치 기준 코드 생성 시장 점유율은 54%로 오픈AI(21%)의 두 배를 웃돈다. 앤트로픽은 올 2분기 매출 109억달러, 첫 영업이익(5억5900만달러)을 전망하고 있다.
오픈AI의 접근법은 다르다. 챗GPT로 확보한 9억명의 주간 활성 사용자(WAU)를 기업 고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미지 생성, 영상 생성,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 데스크톱 슈퍼앱 통합에 이어 최근 로보틱스팀까지 부활시켰다. 사업 범위를 넓히며 전방위로 기업 고객을 끌어들이는 플랫폼 전략이다.
피지 시모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CEO는 지난 3월 전사 회의에서 엔터프라이즈·코딩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기업 매출 비중은 약 40%다. 연말까지 소비자 매출과 50 대 50을 맞추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녹록지 않다. 챗GPT WAU는 지난 2월 9억2000만명을 찍은 뒤 2026년 1분기 평균 9억500만명에 머물렀다. 당초 목표였던 10억명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2026년 1분기 조정 영업이익률은 -122%다. 매출 1달러당 1.22달러를 손해 본 셈이다. 올해 한 해 영업손실은 약 140억달러로 전망된다.
이번 IPO 경쟁에서는 어느 쪽이 먼저 상장하느냐, 그리고 B2B 매출 비중과 수익성 로드맵 중 시장이 어디에 더 높은 값을 매기느냐가 두 회사의 미래와 AI 붐의 다음 국면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딩 에이전트 경쟁에서는 프런티어 모델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개발자들이 옮겨갈 것"이라며 "다만 B2B 시장 점유율은 한번 굳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은 B2B 비중에 주목
공개시장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은 매출의 질이다. 앤트로픽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기업 계약은 예측 가능성이 높고 해지율이 낮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조에 가깝다. 반면 오픈AI 매출의 약 70%는 챗GPT 월정액 구독 등 소비자 수익이다.
수익성 전망도 갈린다. 앤트로픽은 2028년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오픈AI는 2029~2030년이다. 누적 소진 자금도 앤트로픽 약 220억달러 대비 오픈AI는 2000억달러 이상으로 차이가 크다.
앤트로픽 기업가치가 오픈AI를 추월한 것도 이런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앤트로픽이 흑자 분기를 먼저 기록할 경우 투자자들이 보는 '좋은 AI 기업'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코딩 에이전트 경쟁도 치열하다.
클로드 코드는 출시 8개월 만에 기업용 AI 코딩 시장의 54%를 점유하며 기존 강자 깃허브 코파일럿을 밀어냈다. 코덱스도 올해 2월 데스크톱 앱 출시 이후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 21일 기준 주간 활성 개발자 수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토큰 사용량은 월 70% 이상 늘고 있다. 깃허브 스타는 7만4000개를 돌파했고, npm 다운로드는 최근 30일 기준 1400만건에 달한다. 포천 100대 기업의 90%가 오픈AI 제품을 쓰고 있어, 코덱스의 기업 고객 확보 기반도 탄탄하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복잡한 웹 개발·대규모 리팩터링엔 클로드 코드, 인터랙티브 페어 프로그래밍엔 코덱스를 선택하는 병행 사용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코딩 에이전트 시장은 2035년 9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의 전략 차이는 로보틱스에서도 이어진다. 오픈AI는 최근 로보틱스팀 공식 부활을 선언하고 채용에 나섰다. 데이터센터·전력망 건설을 돕는 인프라 로봇을 단기 목표로 삼았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개인 로봇을 갖는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오픈AI가 로보틱스 분야에서 공식 채용에 나선 것은 2020년 팀을 해산한 지 약 5년 만이다.
반면 앤트로픽은 로봇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클로드를 로봇의 두뇌로 공급하는 B2B 소프트웨어 파트너 포지션을 유지한다. 오픈AI가 소비자 플랫폼, 코딩 에이전트, 로보틱스까지 포괄하는 범용 AI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면, 앤트로픽은 기업용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공급자로서 수익성과 신뢰성을 앞세우는 모양새다. 두 회사의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 이벤트를 넘어 AI 산업의 주도권이 소비자 서비스에서 기업용 생산성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이번 경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제조 자동화,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어떤 AI 플랫폼과 손잡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 중 누가 먼저 공개시장에 입성하고, 누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느냐는 글로벌 AI 투자 기준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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