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 울음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7일 발표한 '2026년 3월 인구 동향'은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고 있는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7만 5013명으로 2025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8%(9651명)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증가률이고, 월별 기준으로는 21개월깨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1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2025년 연간 수준(0.748명)을 훨씬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출산율 2.1명 이하부터 저출산 국가, 1.3명 이하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한다.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는 1명 이상이고, 전남은 1.30명으로 가장 높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리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도 사정은 우리나라와 비슷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 0.87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대만도 0.695명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홍콩도 0.77명(2021년)명에 머무는 등 동아시아 국가의 인구 절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상대적으로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취업이나 결혼 관련 인식이 우리나라 청년층과는 좀 다른 것 같아 눈길을 끈다.
한일결혼중개업체 트웨니스도쿄가 최근 두 나라 2030세대 400명씩을 대상으로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요인으로 주택 마련 비용과 출산·육아 부담을 꼽았다. 반면 일본 청년들은 자유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답했다.
취업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청년의 42.1%는 ‘좁은 문’으로 인식했지만 일본 청년의 52.5%는 ‘노력하면 무난히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국 청년들은 ‘반복되는 탈락’을 취업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꼽은데 비해 일본 청년은 ‘인간 관계와 조직 융화 우려’라고 답했다. 한국 청년층 취업난의 현주소를 잘 보여줬다.
우리나라처럼 초저출산 국가에 해당하는 일본은 1989년 합계출산율 1.57명을 기록하면서 '1·57쇼크'라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을 높이지는 못했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혼자의 출산 유도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평균 500만원 가량인 분만비 전액을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지만 2025년 출생아 수는 70만 5809명으로 역대 최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은 만큼 우리나라도 비효율적인 정책은 솎아내야 한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못해 답보 상태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부터 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부처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혼과 출산은 자신감이 생길 때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비혼출산율이 OECD 평균(41.0%, 2022년 기준)까지 높아지면 합계출산율이 1.55명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우리나라의 비혼출산율은 3.9%라고 하는데 경직된 결혼 문화가 쉽게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6만 2309건으로 2025년 1분기에 비해 6.1%(3609건) 늘어나면서 9분기 연속 증가세다.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
개인 가치관의 변화도 결혼에 영향을 주겠지만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늘려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이 전제되어야 혼인율을 높일 수 있다. 불안정한 미래는 결혼을 어렵게 한다.
대기업들의 채용 행태 변화도 친(親)청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삼성그룹은 상·하반기로 나눠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경력직 위주로 채용한다. 이 때문에 특히 인문계열 졸업생들은 대기업 취직하기가 바늘구멍이다. 2~3차례의 인턴 경력에다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필수 스펙으로 요구하고 있어서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은 예전에 비해 훨씬 크다.
정부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 젊은층 신입사원을 많이 뽑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력직 선호에 따른 중소기업의 기술 인력 유출 문제도 점검해 봐야 한다. 기업의 연구개발(R&D) 관련 세액 공재율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낮다.
규제 위주의 대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어도 청년 고용 부문에서는 중소기업과 동일하게 세제 혜택을 줬으면 한다. 결혼과 출산에 도움을 준다면 못할 것이 없지 않은가.
정부는 대기업이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신입사원을 채용해 고용 인원이 늘어나면 통합고용세액공제 제도에 의해 1인당 연간 400만원씩 법인세를 공제해 주고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1450만원(수도권)~1550만원(지방), 중견기업은 수도권과 지방 구분없이 800만원을 공제해 준다. 공제 기간도 대기업은 2년인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3년으로 차이를 두고 있다.
청년 신입사원을 많이 고용하면 대기업은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세제 혜택으로 생기는 자금은 청년 고용 촉진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대기업들은 채용 이후 교육·훈련에 드는 비용을 고려해 신입사원 채용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AI시대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는 환경인 만큼 채용 관련 세제 혜택이라도 중소기업과 차등을 두지 않으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실업률의 3배에 가까운 청년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가적 과제인 인구 절벽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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