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가 LTE 무선망을 활용한 시내전화 서비스 실증에 나선 가운데, 이를 통해 연간 최대 45억원 규모의 유선망 구축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는 단순히 유선망 설치가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 등에 보다 효율적으로 시내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노후 공중교환전화망(PSTN)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내전화 개통 과정에서 이용자 자부담이 발생하는 지역의 신규 신청은 연간 약 1550건 수준이다. 최근 3년 평균 총 공사비는 약 290만원으로, LTE 기반 서비스 도입 시 최대 연 45억원 규모의 구축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됐다.
◆ 시내전화 꼭 유선이어야 하나…기술중립성 첫 시험대
앞서 과기정통부는 KT가 신청한 ‘LTE 무선망 기반 시내전화 서비스’를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했다. 규제샌드박스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거나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신기술·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실증을 허용하는 제도다. 혁신성을 갖췄지만 제도적 근거가 부족한 서비스의 시장 적용 가능성과 이용자 보호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현행법은 시내전화를 보편적 역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무선망 기반으로 제공하는 경우 보편적 역무 인정 여부는 불분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 제공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했다. 결과적으로 시내전화는 전기통신사업법 도입 이후 약 30년간 유선망 중심으로 제공돼 왔다.
정부는 이번 실증을 통해 LTE 기반 서비스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KT는 향후 2년간 전남·충북·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실증을 진행한다.

[사진=김장겸 의원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이번 실증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이용자 부담 완화다. 현재 도서·산간 지역 등에서 시내전화를 신규 개통하려면 가입자 단말과 전화국을 연결하는 유선망을 구축해야 한다. 가입자 구간 80m까지는 무료지만 80~200m 구간은 전주당 비용이 발생하며, 200m를 초과하면 공사 실비도 사업자와 이용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반면 LTE 기반 시내전화는 무선라우터를 통해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별도 선로 공사가 필요 없고, 라우터 단말 비용 약 12만원도 KT가 부담할 예정이어서 이용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자 입장에선 가입자 감소에도 유지해야 했던 유선 인프라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선전화 가입자는 지속 감소하고 있지만 관련 설비 유지·보수 비용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과 도서 지역은 이용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선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시내전화 사업은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23년 기준 KT의 시내전화 사업 영업손실은 약 8200억원, 영업이익률은 -138.2%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는 -222억원(-31.7%), LG유플러스는 158억원(32.5%)을 기록했다.
◆ PSTN 넘어 IP망으로…보편적 역무 개편 논의도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증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노후 유선전화망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PSTN의 IP망 전환을 통해 VoIP(인터넷전화)와 IMS(IP 멀티미디어 서브시스템) 기반의 디지털 음성통신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실증을 통해 LTE 기반 서비스가 기존 시내전화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기존 시내전화 번호 부여 요건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통화 품질과 긴급통신 위치정보 제공 여부를 점검하고 이용자 민원 현황과 수용성,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에 미치는 영향 등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실증 결과는 향후 LTE 기반 시내전화의 제도화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학계에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시내전화를 포함한 보편적 역무 체계 전반을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은 KT를 포함한 매출액 300억원 이상 통신사업자들이 매출 비율에 따라 분담하고 있는데, 관련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내전화 서비스 유지에 따른 비용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실제 이용 수요가 크지 않은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며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보편적 통신서비스 제공 방식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도 “시내전화 서비스가 과연 우리 모두에게 제공돼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제도를 개편한다면 ‘시내전화 서비스’가 아니라 ‘음성통화 서비스’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선·무선·위성통신 등 제공 방식과 관계없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보편적 역무로 인정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보편적 역무를 포함해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 보장을 위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디지털 기본권과 기본 통신서비스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편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한다”며 “취약계층 지원과 통신비 부담 완화는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보편역무 개편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론화와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며 AI·디지털 시대에 맞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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