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신차 정보 속에서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승기 연재물 <시승로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한 주행 경험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르노 필랑트.[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르노가 지난 3월 글로벌 시장 고급화 전략을 이끌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모델 ‘필랑트(FILANTE)’를 출시했다. 기존 르노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대담한 디자인에 프랑스 감성을 녹여냈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필랑트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서 총 7059대 판매되며 르노 내수 판매 실적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자는 3일간 필랑트 하이브리드의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을 직접 시승해봤다. 첫 인상부터 ‘별똥별’이라는 뜻의 콘셉트카 ‘에투알 필랑트’ 이름을 계승한 만큼 화려한 디자인과 미래지향적 감성이 눈길을 끌었다. ‘쌍둥이 형’으로 불리는 그랑 콜레오스보다 유려한 선과 날렵하게 뻗은 헤드램프·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한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필랑트는 전통적인 차체 형식의 경계를 허물고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중간 지점을 정확히 공략한다. 특히 시승한 에스프리 알핀 모델은 후면에 매트 블랙과 블루 배경의 로장주 로고가 포인트로 들어가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시동을 켜고 끌 때 주간 주행등(DRL)을 포함한 전·후면 램프에서 펼쳐지는 웰컴 굿바이 라이팅 애니메이션은 웅장하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필랑트 실내.[사진=윤서연 기자]
실내는 프랑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껏 강조한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다. 곳곳에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삼색 라인 데코와 스티칭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나파 가죽의 시트 착좌감도 몸을 감싸 안듯 매우 편안하다.
동급 최대 사이즈인 1.1m² 크기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주는 개방감도 탁월하다. 나무랄 데 없는 음향을 선사하는 보스(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역시 실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트렁크 공간은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50ℓ까지 적재할 수 있다. 기본도 633ℓ로 평상시는 물론 장거리 여행에도 적합한 수준이다.
뒷좌석 역시 패밀리카로서 손색없이 편안했다. 320mm의 무릎공간으로 160cm 여자가 앉았을 때 무릎공간도 넉넉했으며 180cm 남성이 앉았을 때도 불편함이 없었다. 기자가 탄 차량에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있어 헤드룸은 874mm였다.

필랑트 트렁크.[사진=윤서연 기자]

필랑트 뒷좌석.[사진=윤서연 기자]
◆ 적극적인 전기 모터·부드러운 서스펜션…AI 완성도는 ‘아직’
주행을 시작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전기모터의 개입이 적극적이어서 순수 전기차와 유사한 정숙성과 안정감을 전달한다.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스포츠 모드로 변경할 때는 엔진이 더 강력하게 개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속 시에는 차체의 무게감 탓에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토크감은 다소 적었다. 서스펜션은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적용돼 있어 세단을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동승석까지 배려한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12.3인치 스크린이 운전석 클러스터부터 센터 및 동승석까지 이어지는데 동승석 화면은 주행석에서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안전 운전을 방해하지 않는다. 스크린을 통해 OTT나 게임 유튜브 시청이 가능하며 무선 애플 카플레이도 깔끔하게 지원한다.

필랑트 스티어링 휠·에너지 흐름도 화면.[사진=윤서연 기자]
필랑트에서는 유독 AI 기반 기능이 눈에 띈다. 주행 모드를 변경할 때도 ‘AI 모드’가 가장 상단에 배치돼 있다. 그랑 콜레오스에서 AI 모드가 네 번째에 위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AI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맞춰 차량이 스스로 주행 모드를 조정한다. 기자가 3일간 시승하며 AI 모드를 사용해본 결과 기본적으로 컴포트 모드 중심으로 설정됐으나 운전 성향에 따라 적용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 ‘에이닷 오토’와 지능형 차량 매뉴얼 ‘팁스(TIPS)’ 기능도 탑재됐다. 자연어 인식은 비교적 매끄러웠지만 한계도 느껴졌다. 예를 들어 덥다고 말했을 때 차량 온도를 자동으로 낮추기보다는 “몇 도로 낮춰달라”는 식의 직관적인 명령에만 반응했다. 주행 보조 기능을 꺼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직접 기능을 해제하는 대신 설정 방법만 안내했다. 전반적으로 차량 기능이 익숙하지 않은 초반이나 주행 중 간단한 공조 조작이 필요할 때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필랑트에는 최대 34개의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가 적용됐다.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Active Driver Assist)를 직접 이용했을 때 가벼운 조향감이던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며 급작스런 차선 이탈을 막고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풀 오토 파킹 기능을 작동해봤다.[사진=윤서연 기자]
풀 오토 파킹 보조 시스템은 여전히 운전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기능으로 느껴졌다. 주차 공간을 인식하는 수준은 무난했지만 실제 주차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움직임이 다소 과격했다.
최소 동선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기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앞으로 나아가거나 차량 정렬보다 우선 칸 안에 넣는 데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초보 운전자의 주차 연습 과정에서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기능이었다.
공인 복합연비는 19·20인치 타이어 기준 15.1km/L(도심 14.7km/L)로 실제 주행 시에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는 최상위 플래그십다운 독창적인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 활용성으로 패밀리카로서 높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첨단 사양의 소프트웨어적 완성도만 조금 더 보완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시승한 에스프리 알핀 모델의 출고가는 5150만원이며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한 최종 가격은 497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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