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네이버·카카오·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앞두고 마련한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두고 법적 근거의 불명확성, 플랫폼 실무 부담, 표현의 자유 위축 가능성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5월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과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의 과제: KISO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의견청취 세미나'에서 이희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와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정책연구실장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지난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KISO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의견청취 세미나' 패널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관련 가이드라인이 허위조작정보 대응의 출발점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판단 기준과 절차 설계가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이 허술할수록 가이드라인 부담 커진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피드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허위와 진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인공지능(AI)·디지털 환경을 언급하며 "엄청나게 큰 제도가 사업자들에게 확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정책연구실장은 이번 개정법을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독특한 자율규제 위임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특임교수(오른쪽)와 정연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채성오기자]
다만 그는 "가이드라인의 근거 조항이 불법정보 모니터링에 관한 임의 규정에 가깝다"며 "법률 해석 기준이 되려면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데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카카오톡 같은 메시징 서비스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해석상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사칭·보이스피싱 등 불법정보 대응 측면에서는 포함 필요성도 있다"고 봤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임교수는 법 자체의 부실함이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너무 많은 허술한 부분을 두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 많다"며 "가이드라인은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통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판단 맡기면 과잉차단 우려, 조치 수단 다양화해야"
오병일 디지털정의 네트워크 대표는 "기존에도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선거법상 허위정보·소비자 기만 정보 등 불법인 허위정보는 규제되고 있었다"며 "새롭게 불법화하고자 하는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게시자의 의도나 목적은 플랫폼이나 팩트체크 기관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개별 삭제보다 팩트체크 문화 활성화, 플랫폼의 팩트체크 반영, 알고리즘 통제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왼쪽)과 오병일 디지털정의 네트워크 대표. [사진=채성오기자]
임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만큼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부당한 이익에 사회적·정치적 이익까지 포함하면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며 의도·목적·공공의 이익 침해 판단 기준을 더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임 교수는 "조치 수단별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가 다른 만큼 비례 원칙에 따른 세부 운영 기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연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플랫폼 실무 관점에서 과잉차단 우려를 부각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기본권 제한적 판단을 민간 자율규제에 맡기는 구조"라며 "장기적으로 핵심 판단 기준은 법률이나 시행령 수준에 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왼쪽)와 정연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채성오기자]
이어 그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작은 방향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삭제·차단뿐 아니라 반론, 팩트체크 표시, 이용자 고지 같은 조치도 가능하도록 열어둘 필요가 있으며 비례 원칙에 따라 어떤 조치를 선택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에서 더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민호 KISO 의장은 "오는 7월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회원사들이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우선 신고와 조치에 관한 기준으로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공개성과 확산성을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보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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