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정부과천청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을 철거해 현판이 바닥에 놓여 있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방송·미디어·통신 정책 지원 기능을 통합하는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가칭) 설립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당 기관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기능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능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미디어 산업 진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구조적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방위는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방미통위 산하 진흥원 설립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고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방송·미디어·통신 정책 지원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된 구조를 정비하고, 이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해 정책 추진의 효율성과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발의됐다.
현재 안은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중심으로 한 구조를 골격으로 하되, 세부 통합 범위는 조정 중이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및 협회 포함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안에는 ▲코바코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가상융합디지털산업협회 ▲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이 통합 대상으로 명시됐다.
◆ “통합 취지 공감, 다만 교통정리 필요”…부처 간 시각차
최근 법안 심사 과정에서 진행된 관계기관 의견조회 결과에서도 시각차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정책 체계와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전반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진흥원 사업 재편 범위를 ‘방미통위에서 위탁한 사업’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책 영역 간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기존 산업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다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방송·미디어 진흥 기능이 콘텐츠 산업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정책 주도권과 역할 분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송콘텐츠 진흥 업무 신설에 대해선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09년 방통위와 문체부 간 업무조정협약에 따라 방송사업자 지원은 방통위, 콘텐츠 산업 진흥은 문체부가 담당해온 점을 근거로 들며, 이에 반하는 기능 재편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방미통위가 방송사를 관리·감독하는 규제기관인 만큼 콘텐츠 제작사와의 불공정 거래 조정 등 산업 진흥 기능 수행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연구 기능 통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기관 설립이 제한된 상황에서 진흥원이 출연금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일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플랫폼·미디어 분야 국책 연구 기능 약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능 이관보다는 ‘협업’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 “공공 vs 상업 충돌”…유관기관도 사실상 반대
통합의 골격을 이루는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코바코 역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대형 부실기관’ 출현 가능성을 제기하며 통합 시너지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청자 권익 보호와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과 광고 산업을 담당하는 기관은 설립 목적과 기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성 중심 기능과 시장 중심 기능을 단순 통합할 경우 정책 시너지보다 기능 충돌과 운영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재단은 비영리 공공기관인 반면 코바코는 수익 기반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재정 구조 역시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코바코의 적자 구조가 공공 사업에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울러 광고 판매 기능과 광고 감시·권익 보호 기능이 한 조직에 결합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권익 보호의 공정성과 미디어 교육의 중립성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코바코 역시 재원 구조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광고 진흥 재원이 통합 과정에서 중복 활용될 가능성과 함께 기존 사업 구조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다.
◆ “방미통위 논쟁 재연”… 방향성에 대한 합의 전제돼야
전문가들은 의견조회에서도 확인됐듯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이 여전한 가운데, 이로 인해 통합 논의가 지연돼 왔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정책 리더십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방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와 진흥, 공공과 상업 기능을 하나의 조직에 담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면서, 방미통위 설립 당시 불거졌던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통합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광고·공익사업 중심의 코바코와 시청자 권익·미디어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이견이 충돌했다.
이훈기 의원은 “광고와 시청자 지원은 이질적인 영역”이라며 통합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했고, 최형두 의원 역시 “일부 기관만 조각식으로 통합하는 것은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현 의원은 “그간 기관 분리로 인한 비효율이 있었다”며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도 “공익사업과 시청자 보호 기능 간 시너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부처 이기주의 속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어떤 형태의 거버넌스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진흥원 설립이) 추진될 경우 또 다른 구조적 충돌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 기관은 방송·미디어 진흥 사업 집행, 광고 시장 활성화, 디지털 이용자 보호, 정책 연구 및 통계 기능 등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기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기획 기능 강화도 주요 역할로 거론된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진흥원 설립과 관련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진흥 없는 규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국회에서 추진 중인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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