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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군분투하는 K게임…정부 정책 '뒷짐' 언제까지

펄어비스 신작 '붉은사막' 판매량 500만장 돌파 관련 이미지. [사진=펄어비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만난 한 지인이 손가락에 잡힌 물집을 보여주며 웃었다. 펄어비스 신작 ‘붉은사막’을 밤새 플레이하다 생긴 흔적이라고 했다.

그만큼 최근 ‘붉은사막’의 흥행 열기는 뜨겁다.

‘붉은사막’은 출시 26일 만에 500만장을 돌파하며 한국산 패키지 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해외 이용자들은 광활한 오픈월드와 사실적인 그래픽, 전투 시스템에 열광했고 업계에서는 “한국 게임이 콘솔 시장에서도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직접 축하 메시지를 냈다. 김 총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기술로 만들어낸 살아있는 게임 세계”라며 극찬했고 “K-콘텐츠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게임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오늘날 게임은 영화·드라마·음악 못지않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이자 AI·그래픽·반도체·네트워크 기술이 결합된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붉은사막의 성공은 잘 비벼낸 한 그릇의 비빔밥과도 닮았다. 광활한 오픈월드, 사실적인 그래픽, 손맛 있는 전투, 콘솔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설계, 자체 엔진 기술력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완성된 경험으로 버무려졌다.

좋은 재료를 모아놓는 것만으로 훌륭한 비빔밥이 되지 않듯 게임도 기술과 기획, 서사와 시장 감각이 제대로 섞일 때 세계 이용자를 움직인다. 하나의 게임이 흥행하면 음악, 영상, e스포츠, 굿즈, 스트리밍, 플랫폼 생태계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게임은 국가 경쟁력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한국 사회와 정책이 이런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은 이미 여러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는 융합산업이 됐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재료를 따로 담아놓은 상차림에 머물러 있다. 문화행정과 기술지원, 수출이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버무려지지 못한 채 각자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5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약 20만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글로벌 바이어들도 부산에 모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의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물론 차관급 인사도 참석하지 않았고 개막식과 게임대상 시상식은 국장·과장급 인사가 대신했다.

물론 일정상 불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상징이다. 정부가 게임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라본다면 국내 최대 게임 행사만큼은 직접 현장을 찾아 메시지를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불과 지스타 몇 달 전 열린 도쿄게임쇼에는 문체부 차관이 직접 참석했다는 점이다. 해외 행사에는 차관을 보내면서 정작 국내 최대 행사에는 과장급만 참석한 셈이다. 이런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업계에서는 정부가 여전히 게임을 ‘진흥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 정도로 바라보고 있다는 냉소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업계는 오랫동안 ‘중독’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다. 세계 시장에서는 전략 산업으로 대접받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중독과 규제가 먼저 소환된다. 산업 규모는 세계적 수준으로 커졌지만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근본적인 질문도 가능하다. 지금의 행정 체계가 과연 게임산업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게임은 국가 전략산업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문화행정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업계 일각에서 “차라리 게임 정책의 무게중심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같은 디지털·기술 중심 부처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단순히 부처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게임을 바라보는 국가적 관점의 변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붉은사막의 500만장 판매는 단순한 흥행 기록이 아니다. 이는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중심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건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산업의 발목을 잡는 낡은 인식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게임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책적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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